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자를 자처하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해온 이스라엘이 끝내 러시아에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이스라엘이 네오나치 정권을 지지한다”는 비난 공세를 펴며 이스라엘의 분노를 산 탓이다.
3일(현지 시간) 하레츠 등 현지 매체들은 이스라엘 당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방어용 군사 장비 공급을 포함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구체적인 지원 물품 리스트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의료·인도적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되 무기 지원 및 적극적인 대러 제재는 자제해왔다. 시리아 남부 지역에서 이란과 충돌하는 이스라엘로서는 시리아 정부를 군사적으로 후원하는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와의 갈등이 불거지자 이스라엘이 상징적 수준의 군사 장비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입이다. 그는 1일 한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유대계인데 '탈나치화'가 전쟁의 명분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라고 답해 이스라엘의 분노를 샀다. 같은 날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라브로프의 발언은 터무니없고 끔찍한 역사적 오류”라며 “유대인에 대한 최악의 인종차별은 유대인을 반(反)유대주의의 범인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다시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측의 발언이 오히려 '반역사적'이라며 반박했다. 성명은 "역사는 유대인이 나치와 협력한 비극적 사례를 알고 있다"면서 이스라엘 측의 반론이 "현 이스라엘 정부가 우크라이나 네오나치 정권을 지지하는 상황을 설명한다"며 비난을 이어갔다.
외신들은 이스라엘 내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러시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치 문제를 둘러싼 설전까지 벌어져 전쟁 개입에 소극적이던 이스라엘 측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