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목 맞은 카네이션 값 뛰지만…농가는 '한숨'

일상회복에 어버이날 등 앞두고

수요 늘어 가격 크게 올랐는데

중국·콜롬비아 등 수입산 급증

올해 농사 포기한 농가도 많아

내년엔 재배 확대 값폭락 우려도

꽃을 사려는 손님들이 4일 서울 서초구 양재 꽃시장에서 진열된 꽃을 구경하고 있다. 김남명 기자꽃을 사려는 손님들이 4일 서울 서초구 양재 꽃시장에서 진열된 꽃을 구경하고 있다. 김남명 기자




“대목을 앞두고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손님들이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었어요.”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 꽃시장. 가정의달 초입에 접어든 이날 꽃시장에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꽃을 사러 온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꽃 가게 김 모(63) 사장은 계속되는 손님들의 발길에 얼굴이 환해졌다.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을 일주일여 앞둔 데다 일상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카네이션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요 증가에 더해 원자재 값 상승으로 카네이션 가격은 지난해보다 약 17% 올랐다. 하지만 중국·콜롬비아 등 수입산 카네이션이 밀려오면서 카네이션을 재배하는 국내 농가는 오히려 한숨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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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4월 28일부터 5월 4일까지 카네이션 거래량이 7만 5987단(1단=10송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만 4736단보다 17.4% 늘었다. 지난해 4~5월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영향으로 예년보다 거래량이 크게 적었다. 홍영수 화훼자조금협의회 사무국장은 “엔데믹이 가까워지면서 카네이션을 찾는 사람 수도 평년 수준을 회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요 회복과 더불어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 값 상승으로 카네이션 가격이 덩달아 크게 올랐다. 지난 일주일간 거래된 카네이션 경매가는 1단 평균 880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489원보다 약 17.6%, 2020년 5702원보다는 54.4%나 뛰었다. 이광열 대구화훼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해는 한 바구니에 소매가 1만 원 정도에 팔리기도 했는데 올해는 2만 원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류비와 인건비가 전반적으로 많이 오른 탓”이라고 설명했다. 카네이션은 자연 상태에서는 5월 중순 꽃을 피운다. 판매용 카네이션은 진열대에 오르기 위해 오랜 시간 인공광을 쬐어야 하는 등 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 상인들은 화분 가격도 20%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카네이션 가격이 크게 뛰었지만 국내 재배 농가는 웃지 못한다. 중국과 콜롬비아 등에서 수입된 카네이션이 크게 늘어난 데다 지난해 소비가 급격하게 줄면서 수요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내산 화훼만 취급한다는 윤 모(65) 사장은 “올해는 국내 농장들이 카네이션을 별로 안 해서 가져오고 싶어도 가져올 게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홍 사무국장은 “국내 카네이션 생산량이 2000만 송이 정도인데 수입으로 4000만 송이 정도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중국산 카네이션은 예전에는 거뭇거뭇해서 품질이 떨어졌는데 요즘에는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면서 “국내 농가들이 카네이션 재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올해 유독 크게 뛴 가격이 또다시 내년 수요예측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 사무국장은 “카네이션은 과일나무처럼 몇 년씩 키우는 게 아니라 재배 기간이 짧기 때문에 한 해 시장이 안 좋으면 농가들은 곧바로 다른 작물을 심어버린다”며 “지난해 상황이 좋지 않아 작목을 바꿨는데 올해 가격이 오르면서 다시 카네이션 재배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입업자들도 덩달아 수입을 늘리면 결국 내년에는 다시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동헌 기자·김남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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