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자본주의 미래' 뉴질랜드·머스크서 찾아라

■자본주의 대예측

클라우스 슈밥·피터 반햄 지음, 메가스터디북스 펴냄

'GDP 위주 성장' 만능주의 한계에

불평등·환경파괴·저성장 복합위기

"지구·미래세대 건강·富 추구해야"

'다보스 포럼' 만든 저자 슈밥·반햄

모든 경제 주체, 견제·균형 이루는

'이해관계자의 자본주의' 해법 제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을 비판하는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작은 정부-큰 시장’이라는 시장 만능주의가 금융위기, 기후변화, 불평등 심화 등을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BOE) 총재는 환경과 같은 인간적 가치를 시장가치, 즉 돈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국가와 기업 등이 역동성, 공정, 의무, 연대 등 전통적인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노슈 샤피크 런던 정경대(LSE) 총장은 사회안전망 구축과 생산성 향상간의 균형 잡힌 새로운 사회계약 마련을 주문한다. 국내 기업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기존 성장 전략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신간 ‘자본주의 대예측’ 역시 기존의 국내총생산(GDP) 위주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포용성, 지속가능성, 평등에 기반한 경제 체제를 구축해 실질적인 웰빙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의 대안은 기업이 주주 뿐만 아니라 임직원, 하청업체, 지역 및 시민사회, 정부, 고객 등과 공생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의 주창자로 일명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과 피터 반햄 WEF 국제미디어위원회 위원장이다. 슈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5년간 세계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우리가 이전의 세대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GDP 일변도 경제 시스템이 다중 위기를 불러왔다고 말한다. 서구에서 지배적인 주주자본주의와 중국 등 신흥국가들의 국가자본주의라는 두 시스템 모두 소득·부·기회의 불평등과 대기업의 과도한 지배력, 위험 수위의 국가부채, 천연자원 착취와 고갈, 환경 파괴, 포퓰리즘 득세와 민주주의 위협 등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주주자본주의는 단기 이익을 극대화해 배당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점점 실물경제와 단절되고 근로자, 지역사회, 정부, 환경 등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국가자본주의는 베트남, 에디오피아 등 개발도상국 국가들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이었고 필요하면 민간 기업의 이익을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부패 심화, 잘못된 정책 판단 등의 위험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은 모델이다. “주주자본주의와 국가자본주의 모두 (각각 주주와 정부라는) 한 이해관계자가 다른 이해관계자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 시스템의 가장 큰 결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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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GDP와 총국민소득(GNI) 지표를 만든 러시아 출신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조차 이들 지표가 한 국가의 실질적인 웰빙 수준을 알려주지 못하고 정책에 활용하기는 너무나 빈약하다며 경고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GDP를 늘리는 데만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결국 한 사회의 웰빙은 성장을 멈추었고 GDP마저 둔화되는 추세다.

슈밥은 해결책으로 기후변화, 세계화, 디지털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21세기형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정부와 기업 모두 GDP나 이윤보다 더 폭넓은 목표들, 즉 사회 전체나 지구, 미래 세대의 건강과 부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기적인 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 시스템이 아니라 지구와 모든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사회, 경제, 국제 사회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제3의 시스템’은 경제에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기업 이윤과 GDP 증대라는 집착에서 벗어나 더 총체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자본주의다. 주주나 정부가 너무 많은 권력을 휘두르지 않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이 자유롭게 혁신하고 경쟁할 수 있다.

책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위해 각 경제 주체들이 취해야 할 방향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기업은 이익과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추구하고 △비정부기구·학교·종교단체 등 시민사회는 구성원의 이익 증진과 존재 의미 부여라는 고유한 목표에 충실하고 △정부는 공평한 번영을 추구하고 △국제사회는 평화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모범 사례도 소개한다. 뉴질랜드의 경우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전면적인 봉쇄 조치를 단행하며 GDP 성장률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인명 손실을 최소화했고 장기적 측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뉴질랜드가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전세계 국가 중 처음으로 GDP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자연 자본,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금융 및 물적 자본을 포함한 ‘삶의 질 프레임워크’라는 지표를 만들어 실제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해운업체인 머스크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냉동선 도입, 환경을 훼손하는 석유 사업 매각과 친환경 연료 사용 확대, 중소기업 우대 등을 통해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컨테이너 박스를 배로 옮기는 차원에서 벗어나 세계 무역을 통한 공동 번영에 기여하면서 투자가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슈밥은 “우리의 (과거) 성장 모델은 무너졌으며, 환경은 나날이 훼손되어 황폐해졌고 갈등은 커졌다. 우리는 현재 및 미래 세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진보, 사람, 지구를 위해 일하는 세계경제, 그것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1만 9000원.


최형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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