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뇌 속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천개의 뇌

제프 호킨스 지음, 이데아 펴냄





“지능은 무엇인가”, “뇌는 지능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과연 인공지능(AI)은 인간을 대체할까”, “AI는 인간 사회를 디스토피아로 이끌 것인가.”

뇌 과학자들도 쉽게 답하지 못하는 질문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1.5㎏ 세포 덩어리에 불과한 뇌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신간 ‘천개의 뇌’는 인간 지능의 본질에 대한 논쟁적이면서도 새로운 이론을 펼쳐 보인다. 저자는 미국 신경과학자이자 컴퓨터 공학자인 제프 호킨스다.



호킨스는 뇌가 하나가 아니라 독립적인 수천 개의 뇌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은 이들간의 일종의 민주적 합의를 통해 세상을 지각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우선 대뇌피질 중에서 가장 최근에 분화해 지능을 담당하는 신피질(neocortex) 중심으로 뇌 구조를 설명한다. 신피질은 포유류에만 존재하며 인간 뇌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신피질은 대략 쌀알 크기 공간(2.5㎣)에 신경세포 10만개가 들어있다. 신피질 전체에는 이런 쌀알 크기의 피질 기둥 15만개가 서로 연결되어 지능을 창조한다.

관련기사



신피질은 태어날 때는 백지 상태였다가 시각이나 촉각 같은 감각과 경험을 통해 이 세상을 이해한다. 기존에는 감각신경을 통해 들어온 다양한 정보가 신피질의 특정 장소에 수렴된다고 봤다. 반면 호킨스는 컴퓨터와 달리 인간의 뇌는 파일을 업로드할 수 없기 때문에 신피질은 ‘기준틀’이라는 일종의 지도를 사용해 복잡한 세계를 인식하는 모형을 만든다고 말한다.

나아가 세계를 인식하는 기준틀이 수천 개의 피질 기둥에 분산되고 있고 이들이 각각 독립적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이 피질 기둥들이 무수히 입력되는 정보들에 대해 투표를 거쳐 하나의 답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책의 서문을 쓴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뇌 속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한다고?’, ‘합의와 심지어 분쟁까지 난다고?’ 이 얼마나 놀라운 개념인가”라며 “호킨스는 감각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신경 자극의 빗줄기에서 정보를 얻고 조정되는, 구성된 소우주들로 이루어진 다중 세계 모형을 제안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책은 지금까지 나온 AI는 인간 지능을 흉내 낸 기술적 진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연구 성과를 폄하하는 게 아니라 접근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는 기계 지능이 인간 지능을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는 인간의 뇌가 지능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만원.


최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