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AP "마리우폴극장 폭격 희생자 당초 2배인 600여명"

생존자·구조대원·전문가 상대 현장조사…"민간인 목표로 겨냥"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마리우폴 극장의 모습. AP연합뉴스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마리우폴 극장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극장 폭격 사망자가 당초 지방정부 추정치의 2배 수준인 600여명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러시아 단일 공격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라는 분석도 나왔다.

5일 AP통신은 마리우폴 극장 생존자 23명과 구조대원을 인터뷰하고 전문가 등과 함께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사망자는 시 당국이 밝힌 기존 추정치(300여명)보다 훨씬 많은 600여명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 분석엔 건물 평면도와 폭격 전후의 영상·사진 자료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반영됐다. 통신은 공습 당시 건물 내부에는 약 1000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서 탈출한 사람은 약 200명에 불과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당시 임신부와 신생아, 어린이 등 민간인이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이 극장을 대피시설 삼아 모여들었다가 무자비한 폭격에 노출되면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에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이후 마리우폴 극장 폭격이 단일 공격으로 가장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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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에 따르면, 폭격 때 건물 내부의 방과 복도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으며, 3㎡당 1명 정도가 자리를 차지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발견되지 않은 시신들은 산산이 분해돼 버렸거나 러시아군에 의해 치워졌을 것이라고 생존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생존자 옥사나 쇼미나는 폭격 당시 건물 내부 상황에 대해 “건물을 탈출하기 위해 죽은 자를 밟고 가야 했다”며 “부상한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고 사랑하는 가족 등을 찾으려고 애썼다”고 떠올렸다. 쇼미나는 “모든 사람은 여전히 건물 잔해 밑에 있다. 아무도 파헤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나의 큰 집단 무덤”이라고 증언했다.

AP통신은 러시아의 주장처럼 마리우폴 극장이 우크라이나군의 기지로 사용됐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생존자와 목격자 가운데 누구도 건물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데다 러시아군이 민간 시설이라는 점을 알고도 폭격한 뚜렷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폭격이 이뤄지기 약 일주일 전 극장의 세트 디자이너는 러시아 공군의 공격에 대비해 흰색 페인트로 건물 바로 밖 도로에 ‘어린이들’이라는 단어를 위성에서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새겨놨지만, 러시아군의 폭격을 피하지 못했다. 유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활동한 바 있는 런던 킹스칼리지의 제임스 고우 국제안보 교수는 “극장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하는 것은 러시아의 불법 행위가 조직적이었다는 걸 입증하는 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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