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기자의 눈] 반복되는 공사비 갈등, 완충장치 필요

■ 건설부동산부 한민구 기자


“자재비가 40~50%가량 올랐는데 같은 가격으로 공사를 진행하라는 것은 영세업자에게는 도산하라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골조 공사 업체 관계자)

“발주 업체 증액 없이 원청만 조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공사를 중단하는 게 협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원청 업체 관계자)

건설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며 공사비를 둘러싼 원청과 하청 업체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레미콘의 주재료인 시멘트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이 지난해에 비해 3배 넘게 급등하고, 철근 가격도 같은 기간에 64% 오른 탓이다. 2월 철근콘크리트연합회가 전국 100대 건설사에 계약 단가 조정에 불응할 경우 단체행동을 취하겠다고 한 이후 전국적으로 두 차례의 공사 중단(셧다운)이 있었다. 6일에는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200여 곳에 달하는 현장이 공사를 멈출 예정이다.



사태가 악화되기까지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3월 관계 부처에 “현행법상 발주자와 수급인은 물가 변동에 따라 계약금을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으며,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도 지난달 비슷한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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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노력도 연이은 셧다운을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같이 주문한 건 반길 일”이라면서도 “오랫동안 사문화된 조항이라 정부 발주는 공사 대금이 조정되더라도 재건축조합 등 민간 발주자가 이에 응할 리 만무하다”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자원민족주의 등 국제 정세가 급변하며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앞서 대한건설협회는 정부에 자재 수급 불안 사태가 발생하면 △공기 연장 및 계약 금액 조정 △조달청 시설 자재 가격 수시 조정 △원자재 수급난 충격 완화를 위한 한시적 세제 혜택 △자재·장비·하도급 업계 등 건설 산업 상생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지금이라도 다음에 올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비한 완충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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