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볼커식 '자이언트스텝' 없다" …뉴욕증시는 일단 '안도랠리'

[美 기준금리 연 0.75~1%로 인상]

다우·S&P 2년來 최대 상승폭

美 빅스텝 맞춰 중동도 금리인상

영국·홍콩·브라질도 일제히 올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큰 금리 인상이 올 수 있다는 시장의 두려움을 잠재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 시간) 연준이 미국 기준금리 목표치를 0.5%포인트 인상한다는 발표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0.5%포인트의 금리 인상 역시 대폭 상승에 가깝지만 은행과 증권사 등 월가 주요 기관들에서는 ‘비둘기파적인 조치에 가까웠다’는 평이 대세를 이뤘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5%에 이르는 등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1981년 12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심화하면서 일각에서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점쳤지만 0.5%포인트 인상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주식은 이날 2020년 이후 하루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며 안도 랠리를 펼쳤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932.27포인트(2.8%) 오른 3만 4061.06으로 마감해 2020년 11월 이후 하루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4.69포인트(3.0%) 오른 1740에 마감하며 2020년 5월 이후 최고 상승을 기록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401.10포인트(3.2%) 오른 1만 2964.86에 장을 마감했다.



3개 지수는 모두 장중 하락세를 보였다. 분위기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0.75%포인트의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선을 긋는 대목에서 바뀌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하면서도 “연준 위원들은 앞으로 다가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를 넘어서는 조치는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다. 킴 포러스트 보케캐피털 창립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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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역시 파월 의장의 발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오전 한때 3% 선을 재돌파했지만 파월 의장의 회견 후 진정세로 돌아서 2.95% 이하로 떨어졌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은 상승하며 4만 달러 턱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달러마저 약세를 보였다. 16개 통화 바스켓과 비교해 미국 통화의 가치를 측정하는 WSJ달러지수는 이날 94.85로 약 1% 하락했다. 반면 유로화는 화요일 1.0520에 비해 0.92% 상승, 1.06 이상에서 거래됐다. 달러는 일본 엔과 영국 파운드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였다. 제프 클링겔호퍼 손버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공동 투자책임자는 “때때로 연준이 의외로 매우 매파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정작 공식적인 결정에서는 비둘기파적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이날 연준의 발표를 두고 9월께 금리 인상 폭이 0.25%포인트의 베이비스텝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전망에 대해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을) 강력한 신호로 보고 있다”며 “이미 6월에 두 번째 50bp(bp=0.01%포인트) 인상을 예상했으며 7월 회의에서도 세 번째 50bp 인상을 포함하도록 예측을 수정하고 있다”했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면서 “9월에도 네 번째 50bp 금리 인상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추가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FOMC가 25bp 인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리의 예측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침체의 우려도 여전하다. 자이언트스텝의 카드가 없어진 것일 뿐 연준이 앞으로도 2~3차례 긴축을 이어갈 수 있다는 방향을 명확히 한 만큼 긴축에 따른 시장의 위축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연간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치(2%)를 넘어설 것이 확실한 만큼 심각한 금융시장 위기가 오기 전까지 연준의 긴축 행보에 따른 주식시장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우세해 주식시장의 위축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빅스텝에 따라 자국 자본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미 연준의 발표 다음날인 5일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올렸다. 2009년 2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홍콩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등 중동 국가들도 기준금리를 일제히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들은 자국 화폐를 미국 달러에 연동하는 고정환율제(달러 페그)를 사용하고 있다. 달러를 포함한 통화 바스켓에 자국 화폐를 연동시키고 있는 쿠웨이트도 이날 기준금리를 올렸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4일 열린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1.75%에서 12.75%로 1.0%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3월 2.0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10차례 연속 인상이고 2017년 1월(13.0%)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높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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