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나이키와 석달 작업에 15㎏ 감소… 죽는 줄 알았죠

국내 아트토이 개척자 이찬우 쿨레인스튜디오 대표

2007년 첫 협업으로 이름 알려

NBA·푸마·네이버라인 등과도 작업

실물과 똑같은 옷·신발 재질 사용에

뒷 주머니 지갑 등 완벽함까지 갖춰

"모든 일 선택 기준은 '재미있는 것'

지금은 이동국 휴식 조형물 작업중"

이찬우 쿨레인스튜디오 대표가 서울 망원동 사무실에서 나이키 신발을 신은 그룹 빅뱅 멤버 지드레곤 피규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찬우 쿨레인스튜디오 대표가 서울 망원동 사무실에서 나이키 신발을 신은 그룹 빅뱅 멤버 지드레곤 피규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 망원동 쿨레인스튜디오. 평소 보기 힘든 유명인들로 바글바글하다. BTS, 지드레곤, 힙합 가수 다이나믹 듀오, 비보이 ‘몬스터즈 크루’ 같은 한국인은 물론 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브라질 축구 영웅 네이마르, 스페인 FC바르셀로나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물론 실제 인물이 아니다. 실물을 축소한 피규어들이다.



이찬우(50) 대표가 운영하는 쿨레인스튜디오는 ‘피규어 천국’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수 백 여 점. 모두 이 대표가 직접 만든 것이다. 5일 서울경제를 만난 이 대표는 “참여한 프로젝트는 200여 개 정도 되지만 만든 그 안에 포함된 피규어가 얼마나 되는 지는 솔직히 잘 모른다”고 고백했다.

사실 ‘이찬우’ 하면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쿨레인’ 하면 관련 분야에서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따라 다니는 수식어도 많다. 국내 피규어 시장의 선구자, 세계 최고 피규어 아티스트 등등. 정작 그는 이런 수식어들이 미디어에서 붙인 것에 불과하다고 시큰둥해 한다.

이찬우 대표가 NBA 스타들을 피규어로 만든 아트토이 시리즈 중 코비 브라이언트 모형을 들고 그와 만난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이찬우 대표가 NBA 스타들을 피규어로 만든 아트토이 시리즈 중 코비 브라이언트 모형을 들고 그와 만난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인생 전환점은 전환점은 2007년 11월. 2004년 피규어 세계에 입문한 후 돈벌이가 안돼 취직을 고민하던 그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취미로 만들었던 나이키 피규어를 보고 본사에서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고 연락이 온 것. “프로젝트 담당자가 저에게 그동안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다니기로 했던 회사에 그만두겠다고 바로 연락을 했죠. 그리고 석 달 간 프로젝트에 죽어라 매달렸습니다. 잠을 1~2시간만 자고 일했더니 살이 15kg이나 빠지더군요.”

관련기사



이후 다른 곳에서도 협업 제안이 쏟아졌다. NBA, 푸마, 리복, 컨버스, 네이버 라인, 삼성전자, CJ 등 협업과 프로젝트 제안을 한 세계적인 기업만 수 십 곳이 넘는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웰리스 앤 그로밋’의 제작사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뛸 듯이 기뻐하기도 했다. 그가 나이키를 ‘취미로 묻힐 뻔한 일을 직업으로 만들어준 은인’이라고 표현하며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는 이유다.

이 대표가 하는 일은 평범한 피규어 제작과는 다르다. 보통은 기업의 요청을 받고 원하는 제품을 대량으로 만드는데 치중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오리지널 디자인에 예술적 색채를 입히는데 집중한다. 인물보다는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옷과 소품에 주목하는 것도 다른 점 중 하나다. 그는 “오리지널을 만들고 의상과 신발, 액세서리 등 소품도 똑같은 재질로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이렇게 작업하는 사람들이 세계에서 5명 정도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찬우 쿨레인스튜디오 대표가 자신의 나이키와 함께 만든 우주인 피규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의 원형인 실물 우주인 피규어는 이 대표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이찬우 쿨레인스튜디오 대표가 자신의 나이키와 함께 만든 우주인 피규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의 원형인 실물 우주인 피규어는 이 대표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표현하는 완벽함도 갖추고 있다. 피규어 뒷 주머니에 신분증이 든 지갑을 넣고 신발에는 깔창도 두기도 한다. 옷을 벗기면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이 대표는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잘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다른 사람들이 안 만드는 주제를 만드는 것에서 느끼는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하는 모든 일에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재미’가 그것이다. 그의 입에서 피규어를 언급할 때 항상 '좋아한다'와 ‘재미있다’는 단어가 따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작업을 할 때 브랜드를 노리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그것이 알려지면서 확장이 된 것”이라며 “나이키나 NBA 시리즈, 농구하는 원숭이 ‘덩키즈’가 나온 것도 같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작품 선택도 마찬가지다. 그의 피규어들은 대부분 스포츠나 패션, 농구 신발, 정장이 아닌 길거리 패션 등으로 표현된다. 자신이 좋아하고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코비 비라이언트 피규어를 만든 것도 그가 좋아서 했던 것이고 그 자체가 즐거웠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요즘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브레이크 타임(휴식 시간)’ 시리즈가 그것이다. 그는 “지금 프로축구 이동국 선수를 피규어로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벤치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담은 조형물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온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일을 한 후 보이는 선수의 또 다른 이면을 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