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슈 리포트]진영논리와 도덕성 검증에 갇힌 인사청문회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바야흐로 ‘인사청문회 정국’이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의 인사청문회가 막을 올렸기때문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역시나 삐그덕거린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자료제출 불성실 논란으로 파행 끝에 5월 2일부터 다시 열렸다. 앞으로 이어질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도 험로가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수비에 급급하던 민주당이 이제는 공격수로 바뀌면서 여야 간 치열한 대치 전선이 형성될 전망이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의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 해 5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의 인사청문회는 능력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고 있다. 무안 주기식 청문회로는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며 “도덕성 검증 부분도 중요한데 그 부분은 비공개 청문회로 하고 공개된 청문회는 정책과 능력을 따지는 청문회가 돼서 두 개를 함께 저울질할 수 있는 청문회로 개선돼 나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역시 문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했지만, 과거의 민주당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이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상으로 신상털기와 면박주기식 과거 인사청문회 구태를 반복했다.

어쩌다가 인사청문회가 권력투쟁을 위한 여야정쟁과 진영대결의 도구로 전락된 것일까? 이번 기회에 국회 인사청문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정상화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현행 인사청문제도의 뿌리인 미국식 인사청문 제도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해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검증은 공개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2000년 시작된 인사청문회…시작은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능력 검증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대통령의 인사 전횡을 견제하는 동시에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자는 취지에서 2000년 인사청문회법 제정으로 도입됐다. 도입 초기에는 헌법상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거나 국회가 선출하는 23개의 직위로 인사청문 대상이 제한됐다. 그러나 이후 인사청문 대상은 꾸준히 확대되면서 현재는 총 63개의 공직에 이르렀다.
대상이 확대되면서 국무위원을 비롯한 행정부 주요 기관장에 대한 청문보고서 미채택 사례는 꾸준히 증가했다. 미채택 비율을 역대 정부별로 보면 △문재인 정부 28.7% △이명박 정부 23% △박근혜 정부 14.9% △김대중 정부 12.5% △노무현 정부 6.2%의 순이다. 문재인 정부의 미채택 비율이 높은 이유는 여야간의 진영대결이 인사청문회로 연결되고 공정성 논란이 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정쟁속에서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미채택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진영논리와 도덕성 검증에 갇힌 인사청문회…제도 변화로 활로 모색해야

그동안 드러난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여야간의 진영논리가 그대로 인사청문회에 반영되어 여당은 후보지명자를 무조건 옹호하는 반면 야당은 무조건 비판했다는 점이다. 둘째, 검증이 업무수행능력보다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는 정치적 양극화에 따른 진영대결의 측면도 크지만, 인사청문제도 자체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도 있다는 점에서 종합적 처방이 필요하다.

현행 인사청문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여야는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그간 개최된 청문회를 통해 몇 번의 공수 교대를 거치면서 서로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19대 국회 때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도덕성과 전문성 검증을 분리하는 청문회 개선안을 제안한 바 있고,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 또한 비슷한 취지의 법률안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020년 11월 박병석 국회의장 주도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과거에 제안된 것처럼 청문제도를 도덕성 검증과 정책능력?업무적합성 검증을 분리하고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여전히 다수 국민들이 공개적 도덕성 검증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도덕성 검증이 축소되지 않도록 미국처럼,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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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의혹투성이인 인사가 청문회장으로 들어올 수 없게 해야 한다. 같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백악관 인사관리처, 정부윤리처,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등에서 3개월 이상에 걸쳐 사전에 철저한 인사검증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인사들은 가차없이 탈락한다. 이런 검증시스템은 엽관제 인사나 보은인사에 따른 공직 부적격자의 임용을 사전에 배제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관행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후보자 개인과 가족에 대한 사항, 직업과 교육에 관한 사항, 세금 납부에 관한 사항, 교통범칙금 등 경범죄 위반 사항, 전과 및 소송 진행에 관한 사항 등 총 230여 개 항목을 철저하게 조사한다. 그리고 각 기관은 검증 작업을 거쳐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다. 미국에서는 검증 기관에 의해 사전 조사가 끝났다고 해서 무조건 후보자에 대한 인준 신청을 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후보자를 놓고 해당 상임위원회 위원장, 의회의 지도자, 각 정당 지도자 등과 협의한다. 이는 인준 과정에서 여론의 공격을 받거나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인사들에 대한 상원의 반대를 사전에 피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백악관이 가진 인사 검증 자료를 의회가 요구하면 제출하게 돼 있다. 백악관은 개인 신상에 대한 평가(personal data assessment), 공직자로서의 다짐과 정책적 성향에 관한 후보자 개인의 진술자료, 대통령실의 공직 적격여부 검토결과를 의회에 공개한다. 이는 부실 검증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다. 한국의 경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당선인이나 청와대가 인사 검증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적이 없다.

미국은 6단계의 인사청문절차를 밟고 있다. 6단계는 ①백악관의 후보자 물색 및 자체검증→ ②복수 후보자 중 최종후보자 낙점→ ③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의 탐문조사→ ④관계기관의 신원조사→ ⑤백악관의 최종점검과 대통령의 지명→ ⑥상원 인사청문회 진행이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러한 절차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정쟁에 치우치기보다는 후보의 능력과 정책을 검증하는 데 초당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상원 인준 거부율이 매우 낮다. 1789년부터 1989년까지 상원에서 인준이 거부된 경우는 12회에 불과했다.

우리 인사청문제도는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래서 야당은 어차피 임명권자가 임명할 것이기 때문에 이른바 ‘신상털기’와 ‘모욕주기’로 일관하고,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에도 고의로 협조하지 않는다. 여당이나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인사청문기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민감한 자료는 최대한 제출을 거부하고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러한 임명강행을 막기 위해서는 도덕성을 비공개로 하고 정책능력을 공개로 하는 검증방안을 수용하되,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받지 못한 인사를 대통령의 임명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즉,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대신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후보자를 임명하지 못하도록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채진원 교수는

정치학자로,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무엇이 우리정치를 위협하는가(2016년)’와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년)’, ‘제왕적 대통령제와 정당(2022년)’ 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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