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두 번 사표에 결국, 물러난 김오수 총장…‘수사권 완전 박탈’ 불명예

‘검수완박’ 못 막아 조직 비난 떠안아

임기 1년 남겨 놓고 결국 스스로 퇴진

사표 제출했다가 대통령 반려로 복귀

文정권 총장들 연달아 임기 못 지켜

김오수 검찰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로비에서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마친 뒤 대검 청사를 떠나며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연합뉴스김오수 검찰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로비에서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마친 뒤 대검 청사를 떠나며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사퇴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검찰총장 3명 가운데 2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옷을 벗었다. 특히, 김 총장은 재임기간 중 ‘수사권을 빼앗긴 총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며 직원들에게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떠나게 돼 국민 여러분과 검찰 구성원들께 죄송스럽다”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성원과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감사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공포된 지 사흘 만이다.

그는 “검찰은 저력이 있으니까 이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해내리라고 믿는다”는 말도 남겼다. 이날 검사 등 직원들은 대검 로비에 모여 김 총장을 배웅했다.

사표가 수리된 김오수 검찰총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며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사표가 수리된 김오수 검찰총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며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표→복귀→사의…사표 제출 두 번 만에 결국 물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 총장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의 사표를 한차례 반려했지만,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뜻에서 재차 사의를 밝혀왔고 이제는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 돼 사의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검수완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달 17일 처음 사표를 제출한 뒤 문 대통령의 만류로 하루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당시 김 총장이 ‘검수완박’ 법안에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 위해서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가 문 대통령이 다음날 청와대로 불러들였고 면담 직후 업무에 복귀했다. 김 총장은 복귀 후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김 총장은 업무 복귀 나흘 만인 지난달 22일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하자 곧바로 사의를 표명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총장이 박 의장과 면담 중 중재안 내용을 미리 알고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의혹이 일자 김 총장은 자청해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중재안의 ‘중’자도 들어본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내부 반응은 싸늘했고, 총장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4일에는 김 총장이 퇴임식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대검은 “김 총장의 퇴임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검찰청. 연합뉴스대검찰청. 연합뉴스


文정권 검찰총장 3명 중 2명이 중도 사퇴…독립성 보장 무색


지난해 5월 취임한 김 총장은 대선 직후 권성동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석열 당선인 측근 인사들의 사퇴 압박이 이어지자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총장은 내년 5월까지로 임기를 1년이나 남겨둔 상태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결국 약속을 지켜내지 못했다.

문 정부에서 임명된 검찰총장 중 임기를 지킨 경우는 문무일 전 총장이 유일하다. 앞서 윤 당선인이 ‘검수완박’에 반대해 자진 사퇴한 데 이어 김 총장까지 스스로 옷을 벗으면서 문 대통령이 임명한 3명의 검찰총장 가운데 2명이 임기를 절반 밖에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김 총장이 중도 사퇴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던 검찰 독립성을 강화도 무색해졌다. 1988년 검찰총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정해진 임기를 다 채운 총장은 8명에 불과하다.

‘검수완박’ 법안에 반발해 검찰 지휘부의 줄사퇴도 현실화됐다. 박성진 대검 차장,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구본선 검사장 등 지휘부 8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로 청와대는 지휘부 공백을 우려해 고검장들의 사표 수리는 당분간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공석이 된 검찰총장 자리는 박성진 대검 차장이 맡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앞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앞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권 빼앗긴 총장’이라는 오명도


김 총장은 임기 중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 3일 공포된 ‘검수완박’ 법안은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현행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경제·부패)로 축소됐고, 이 마저도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 넘겨줘야 한다. 한마디로 검찰은 더 이상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김 총장은 박 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만나는 등 국회를 상대로 검찰의 입장을 적극 개진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검수완박’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서 검찰 수장으로서 조직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을 받아야 했다. 김 총장은 지난 22일 마지막 출근길에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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