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참모들과 밤샘 회의·대통령실 앞뜰 개방…尹, 백악관식 '열린 소통'

■<상> 권위주의 깨는 '뉴 리더십'

대통령·참모·전문가 한 건물 상주

백악관처럼 언제든 만나 국정논의

제왕적 권한 대신 부처가 정책주도

1층에는 기자실…언론과 수시접촉

AI 경호로 국민과 차단·분리 탈피

'금단의 땅' 청와대도 국민 품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실이 들어설 용산 국방부 청사.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실이 들어설 용산 국방부 청사. 연합뉴스




“최고 지성들과 공부하고 도시락을 시켜 먹으면서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회의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용산으로의 대통령실 이전을 추진하면서 측근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대통령과 참모, 민간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일하는 용산 국방부 신청사 대통령실은 윤 당선인 국정 운영 구상의 핵심이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이 분리된 데다 민간 전문가들은 검문을 거쳐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이와 달리 윤 당선인은 참모·전문가들과 한 건물에서 언제든지 만나고 상의하며 국정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이들과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국정을 논하다 보면 제왕적 대통령제가 자연스럽게 해체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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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 집무실이 자리한 층 및 그 위아래 층에는 비서실들의 업무 공간이 집중 배치된다. 대통령 주 집무실이 위치한 2층에는 비서실장실이 나란히 들어선다. 3층에는 5개 수석실이 마련된다. 대통령 보조 집무실로 쓰는 5층 위아래로는 비서실과 민간 합동위원회 사무실이 배치된다. 미국 백악관 집무동 ‘웨스트윙’처럼 대통령 집무실과 내각회의실·부통령실·비서실장실·대변인실·국가안보보좌관실 등이 수평으로는 못 있더라도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근접해 소통할 수 있도록 위아래 층에 고루 배치되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전용 엘리베이터도 두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이 참모들과 자주 마주치며 대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당선인은 그간 대통령실에 집중됐던 국정 운영의 무게 추를 각 소관 부처로 분산시키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정책 조정과 조율 기능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확대 일로에 있던 대통령실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 정책실장을 없애고 8수석·2보좌관은 5수석·2기획관으로 줄였다. 청와대 전체 인원도 450명 내외에서 300명 내외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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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규모가 줄어드는 대신 ‘에이스 관료들’을 중심으로 한 정예 참모진으로 꾸려진다. 이들이 큰 그림의 국정을 경험한 다음 다시 부처로 돌아가 정책 입안·시행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경제수석실·사회수석실에 국장급 공무원들을 비서관으로 들였으며 선임행정관과 행정관으로도 관료들이 상당수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민관 합동위원회에는 외국인을 포함한 민간 전문가가 들어와 국가적 의제를 발굴할 예정이다. 윤 당선인의 말대로 대통령실이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들과 최고의 민간 인재들이 하나로 뒤섞여 일하는 곳’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언론과의 소통 강화도 용산 대통령실의 한 축이다. 대통령실 건물 1층에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두면서다. 참모들은 물론 대통령도 기자들과 한 건물에 있으면서 상시적으로 접촉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1년에 스무 번 이상, 한 달에 평균 두 번 정도 가셨다는 것인데 저도 가급적 기자분들을 자주 뵙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건물을 오가면서 기자들을 만나 백브리핑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들과의 물리적 거리도 좁힌다. 미군에 반환받는 대통령실 앞뜰을 이르면 9월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대통령 집무실과 공원 사이에 2.4m 높이의 철제 펜스만 칠 예정이다. 국민들이 펜스 너머로 대통령과 비서진이 일하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일하고 있는 모습과 공간을 국민들이 공원에 산책을 나와서 언제든지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정신적 교감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윤 당선인의 지론대로다.

대통령 집무실과 직선거리로 250∼300m 떨어진 헬기장은 잔디광장으로 탈바꿈한다. 현 청와대 안 녹지원의 2배가량 되는 규모다.

대통령과 국민들 사이를 갈라놓던 경호원들도 사라진다. 무인 인공지능(AI) 경호 시스템을 가동해 대통령을 일반인과 차단·분리하는 식의 기존 경호 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집무실 펜스 주변은 물론이고 인근에 조성될 용산공원에도 무장한 경호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인근에 즐길거리도 조성된다. 스포츠·교육·종교 등에 쓰이던 미군기지 시설이 카페나 전시·공연 장소로 변신한다. 서울 안의 ‘아메리카 타운’, ‘리틀 LA’ 콘셉트다.

청와대는 취임일 정오부터 시민들의 품에 안긴다. 당일은 최대 2만 6000명, 이후 하루 최대 3만 9000명이 ‘금단의 땅’ 청와대를 자유롭게 관람한다. 앞으로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경복궁을 통과해 한양도성이 있는 북악산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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