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의 위기가 쟁점으로 떠오른 1980년대 이후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은 대다수 복지 선진국에서 새로운 정책 목표가 되고 있다. 이는 10일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대선 과정과 인수위 운영 중 강조한 국정의 핵심 목표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의 사회복지 분야 예산은 2022년 현재 전체 예산의 32%를 차지할 정도로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제도와 사업들이 수요자보다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된 가운데 제도 간 연계도 부족해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스마트 복지’ 차원에서 다음 세 가지 원칙과 개선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스마트 복지의 첫 번째 요건은 사회복지를 일자리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는 1994년 집권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부가 추진한 전략으로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을 계기로 도입됐다. 현재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자활 사업이 그 핵심이다. 향후 과제는 이를 경제 전체로 확대해 사회 서비스 산업을 고용 창출을 위한 성장 산업으로 육성·발전시키는 것이다. 사회 서비스 산업은 지난 20년간 고용 창출의 보고(寶庫)라고 할 정도로 이 기간 중 고용 증대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성장 산업으로 육성되기는커녕 각종 규제와 간섭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2021년 9월 국회에서 통과된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사회서비스 기본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집행해야 한다. 이 계획에는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 활동의 활성화를 위한 사회 금융 시장 및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을 활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유인 정책이 포함돼야 한다.
스마트 복지의 두 번째 요건은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한 ‘디지털 복지(e-Welfare)’의 구현이다. 이는 덴마크·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채택한 전략이기도 하다. 지난주 핀란드와 덴마크를 방문해 디지털 복지에 관한 그들의 전략을 살펴본 필자는 다음과 같은 건의를 하고자 한다. 우선 이들 국가의 ‘디지털 복지 전략’은 디지털 의료, 디지털 사회 서비스, 그리고 디지털 교육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보건과 사회 서비스 분야 디지털 정보 수집을 의무화한 핀란드의 칸타(Kanta) 사업과 보건과 사회 서비스를 연계하는 아포티(Apotti) 사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디지털 복지 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촉진할 수 있는 공공 차원의 기금도 마련하고, 디지털 복지 전략을 세우고 진행 과정을 평가하는 민관 합동 ‘스마트 복지센터’의 설립·운영도 필요하다.
스마트 복지의 세 번째 요건은 기존의 공급자 중심으로 다기화돼 있는 전달 체계를 수요자 중심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호주의 센터링크(Centrelink)다. 센터링크는 각종 사회보장 관련 서비스와 고용 서비스를 수요자 중심으로 통합해 지역별로 수요자에게 제공한다. 호주는 센터링크의 운영을 민간 기관에 맡기고 있고 복지 및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부처는 업무협약을 통해 해당 서비스의 공급을 센터링크에 위탁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연금·국민건강보험 등 모든 사회보험이 제각각 전달 체계를 갖춰 운영되고 있고 고용노동부 역시 전국 단위의 고용 서비스 행정 체계를 독자적으로 유지하고 있어 이에 따른 행정상 비효율은 막대하다. 따라서 ‘한국형 센터링크 모델’의 도입 등 사회복지 전달 체계의 전면적 개편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 부문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황에서는 사회복지 제도와 관련 예산을 확충하는 데 역점을 둬야 했으나 이제는 사회복지 부문의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스마트 복지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개선을 중시하는 스마트 복지 시대가 열리기를 고대한다. 또한 사회복지를 정부 혼자 책임지는 ‘서구형 복지국가’에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고 누리는 ‘한국형 복지사회’로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