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 전셋집을 구하던 A씨는 최근 직장 선배가 소유한 아파트에 세입자로 들어가기로 했다. 자신이 모아놓은 자금에 전세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은행에서 개인간 직거래는 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을 수 없어 전세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인과의 거래라 '복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의 복병이 나타난 셈이다. A씨는 전셋집 주변 공인중개사에게 중개수수료가 아닌 소정의 비용을 지급하고 날인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중개사들은 모두 어렵다는 반응만 보였다.
공인중개사 없이 거래한 전세 매물에 대해서는 세입자가 전세보증금 대출을 받지 못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반면 개인간 거래에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못하는 계약에 대해 은행이 대출을 실행하게 하는 것 역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인중개사 없이 개인간의 직거래를 통해 전세계약을 맺을 경우 보증기관의 보증이 어려워 전세 대출을 받기가 어렵다. 은행이 전세대출을 사실상 보증기관의 보증을 담보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전세대출금 보증을 하고 있는 기관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보험 등이다. 이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I서울보증보험에서는 전세대출금 보증상품의 보증조건으로 공인중개사의 확인을 내걸고 있다. 공인중개사의 확인이 없는 전세계약에 대해서는 보증 자체를 받을 수 없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보증기관의 보증을 담보로 대출을 내주는 것인데 보증을 받지 않은 건에 대해 대출을 실행하는 것은 리스크를 오롯이 은행이 지게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공인중개사 없는 직거래의 경우 전세대출보증을 받을 수 없어 전세를 구하는 사람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공인중개사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보증기관의 보증조건으로 공인중개사의 날인(확인)이 포함된 전세계약을 내걸고는 있지만 일부 임대차계약의 진위가 확인되는 일부 계약에 대해서는 보증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증기관 관계자는 "진짜 계약을 입증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으면 직거래 보증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계약임을 확인하는 과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어 비중은 미미하다. 또 다른 보증기관 관계자 역시 "공인중개사 직인 없이도 보증서를 내준 경우가 없지는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입자들의 요구에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공인중개사의 확인은 보증기관의 보증조건으로 제시가 된 사항이고, 대출 사기 등의 금융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인들 간의 임대차계약서만 믿고 대출을 내주는 것은 리스크를 은행 등 대출기관에게 모두 지우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