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에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모두 적자인 ‘쌍둥이 적자’ 우려가 나오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 10일 용산 시대를 연다.
다음 달 지방선거라는 정치 일정에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 물가 안정, 부동산 정상화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이 산적한 만큼 새 정부의 출범 100일 안에 경제정책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 이후 최악의 경제 환경에 맞닥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1300원에 육박하며 코로나19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마저 두 달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년 만에 빅스텝(정책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마저 이달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서로 영향을 주며 악순환하는 상황이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나올 정도로 거시경제지표가 악화된 만큼 윤석열 정부 경제팀이 출범 초반부터 정책적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곳곳에 나타난다.
먼저 1호 국정과제로 내세운 소상공인 지원부터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를 찍어내면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 직전 정부가 확장 재정을 펼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를 돌파하는 등 재정 건전성마저 악화된 상태다. 부모급여 지급이나 기초연금 인상 등 각종 현금성 복지 공약을 감안하면 국정과제인 재정준칙 도입도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부동산 문제 역시 난관에 놓여 있다. 풀기도, 그렇다고 묶기도 어렵다. 부동산 정상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문재인 정부가 만든 규제를 풀겠다고 할 때마다 호가가 오르는 등 시장 불안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상황인 만큼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이나 세제 개편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정치적 협상이 필요해 장기 과제가 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국내 가계부채가 1862조 원까지 늘어난 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미룰 수도 없다. 정교하면서도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 시장을 달래가면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 특수성과 리스크 사전 예방 차원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현금성 국정과제는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쟁과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등 대외 변수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업 규제 완화 등으로 성장 동력부터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경제가 좋지 않은데 재정 형편마저 나빠진 상태에서 약속해놓은 것이 많아 임기 초반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정을 더 많이 풀면 경기는 좋아지겠지만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