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9일 김관정 수원고검장이 대검찰청 형사부장 시절에 작성한 ‘채널A 사건’ 수사일지를 공개했다.
김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청문회에서 소위 채널 A사건이 재론될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구성원의 판단을 돕기 위한 차원에서 일지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당시 일지를 작성한 배경에 대해서는 “(채널A 사건을 두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견해차이가 있으면서 갈등이 발생한 상황”이었다며 “중간 전달자 입장에서 일지를 작성하게 됐다. 이에 대해 대검 형사부나 부장들이 모두 알고 있었고, 차장검사는 나중에 문제될 소지가 사건이니 상세히 기재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일지에는 자신의 개인적인 사견이 아닌 다수의 검찰 구성원들이 기억하고 있는 내용을 적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고검장은 일지에서 “서울중앙지검은 처음부터 이 사건이 총장 측근이 관련됐으니 수사경과를 보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며 “형사부장(자신)은 그것은 단순 의혹 차원이고, 총장 관련성이 나오지 않았으니 보고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일지에 따르면 대검은 채널A 수사와 관련해 수사팀으로부터 채널A 등에 대한 압수수색, MBC에 대한 영장기각 등을 보고받지 못한 채 언론보도를 보고 뒤늦게 확인했다. 이에 당시 윤 총장은 사전에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을 대검에 보고하지 않은 것에 격노하며 압수수색 필요 사유 등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시를 받아들여 한 후보자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등 상세 자료를 제출했고, 윤 총장은 대검 차장검사 주재 하에 부장들을 중심으로 사건을 지휘·감독하라고 지시했다.
김 고검장은 또 대검 차장검사와 기조부장은 사건 관계인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하자 윤 총장에게 전문수사자문단 회부 연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역정을 내며 강행을 지시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대검 부장들이 검찰수사심의위와의 중복 여부 등을 이유로 전문수사자문단 추진을 다시 연기 요청하자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 자꾸 말을 하면 나보고 나가라는 말이다"라고 반발했다는 게 김 고검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수사자문단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개최되지 않았다.
김 고검장은 수사자문단 무산 이후 진행된 수사심의위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지에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총장의 참모부서인 형사부장은 총장의 지휘권이 없는 상태에서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됐다"며 "그런데 형사부 소속 과장급 3명과 평상시처럼 아침 회의를 하는데 형사1과장이 뜬금없이 수사심의위에서 형사부 의견요청이 오면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적었다.
해당 일지에 언급된 형사 1과장이 한 후보자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박영진 부장검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고검장의 일지 공개는 박 부장검사의 청문회 출석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고검장 역시 “박 부장검사가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다기에 고민과 상의 끝에 공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