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온라인 게임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돈버는(P2E·Play to Earn) 게임으로 탈바꿈해 속속 돌아오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제도적으로 게임 내 재화를 현금화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이용자들은 ‘반쪽짜리 추억’만 건질 수 있을 전망이다.
10일 컴투스(078340)는 ‘미니게임천국’을 자사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인 C2X에 합류시킨다고 밝혔다. 새로운 미니게임천국에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토큰 이코노미가 적용된다. 미니게임천국은 피처폰 시절인 2000년 당시 누적 다운로드 1900만 건을 돌파한 국민 게임으로, 야구 게임과 함께 컴투스를 모바일 게임 강자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이날 엠게임(058630)도 ‘귀혼’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P2E 신작 ‘소울세이버: 아이들 세이버스’가 이달 중 사전 예약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정식 출시는 올해 2~3분기 중 이뤄질 예정이다. 귀혼 IP가 큰 인기를 끌었던 동남아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귀혼은 지난 2005년 출시한 PC 횡스크롤 역할수행게임(RPG)으로 ‘열혈강호 온라인’ ‘영웅 온라인’과 함께 엠게임의 대표 게임으로 손꼽힌다. 요괴, 무협 등 동양적인 소재를 아기자기한 그래픽 속에 녹여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추억의 게임에 P2E를 접목한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그라비티는 지난달 자사 대표 IP인 ‘라그나로크’를 활용한 P2E 신작 ‘라그나로크: 라비린스’를 동남아 지역에 내놨다. 출시 2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2000년대 초반 ‘국민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포트리스’도 오는 3분기 중 P2E 버전으로 출시된다.
다만 정작 국내 유저들은 돌아온 추억의 게임들을 온전히 즐길 수 없을 전망이다. 현행법상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성 우려를 내세워 게임 내 자산의 현금화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투스 관계자는 미니게임천국에 대해 “국내에선 블록체인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채로 출시할 예정”이라며 "게임 콘텐츠 자체는 글로벌 버전과 동일하나 게임 내 재화를 코인으로 교환하는 시스템은 지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규제 대상이 ‘게임’에 한정된다는 점을 이용해 법망을 우회한 서비스들도 등장하고 있다. 걷거나 뛰면 토큰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운동 애플리케이션(앱) ‘스테픈’이 대표적인 예다. 게임위는 지난달 말 이 앱을 게임이 아닌 운동 앱으로 분류하며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역차별’ 우려를 나타내며 규제 완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게이미피케이션’이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돼 게임물과 비게임물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게임물에만 사행성 잣대를 들이대는 건 시대착오적인 규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