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최수문기자의 트래블로그] 고인돌과 바꾼 놀이공원…레고랜드 강행에 ‘유감’

최대 청동기 유적지 불구

유물 파헤쳐져 곳곳 방치

박물관 조성 약속도 어겨





춘천 레고랜드를 둘러싼 상황이 곤혹스럽다. 레고랜드 테마파크(놀이공원)를 즐기려는 보통 사람들을 당혹하게 하기 때문이다. 레고랜드가 고인돌 등 국내 최대 청동기 유적과 바꿀 만큼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지난 주말 강원도 춘천시 중도 내 레고랜드를 찾았다. 의암호 안에 있는 섬인 중도로 들어가는 도로는 한참을 밀렸고 중도 내의 주차장도 만원이었다.

레고랜드 측은 오전 10시에 개장을 한다. 다른 놀이공원보다 늦은 개장을 기다리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레고랜드 입구부터 길게 줄을 섰다. 거의 모두가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 단위다. 정문이 열릴 때쯤에는 대기 줄이 2㎞ 내외로 늘어났다.

사람들은 보도를 통해 레고랜드의 유적지 파괴에 대해 알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더한 곤혹에 빠진다. 진입로 곳곳에는 레고랜드를 비난하는 플래카드 수십 개가 펄럭인다. ‘황소야, 나랑 우리 문화재 중도 유적 지키자’는 약과다.



‘나쁜 레고랜드 안 가, 나쁜 레고 안 사’ ‘레고야, 남의 나라 문화재 위에 놀이터 지으면 안 돼’ ‘레고는 한국 땅을 떠나라’ 등과 함께 아예 육두문자 욕을 하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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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놀이공원에서 하루를 가족과 함께 즐기려는 사람들을 유적지 파괴 공범 같은 기분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입장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렸다.

레고랜드에 들어가서 종일 있었다. 국제적으로도 처음 섬 위에 세워진 레고랜드라고 한다. 이런 놀이공원이 왜 꼭 섬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차피 시설 이용 시에 밖의 호수는 안 보인다.

국내 레고랜드가 처음 추진된 것은 2011년이다. 레고랜드는 이달 5일 개장했다. 다국적 기업과의 계약 문제가 꼬이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여기에 레고랜드 부지인 중도가 우리나라 최대의 청동기 유적지로 밝혀지면서 반대가 거셌다. 테마파크 건설을 위해 고인돌 등 수많은 청동기시대 유물이 파헤쳐졌고 이것은 그냥 섬의 곳곳에 방치돼 있는 상태다.

당초 약속한 청동기 유적박물관도 예산난을 이유로 착공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국내에도 글로벌 테마파크들이 들어와야 하고 서로 경쟁이 필요하다. 하지만 레고랜드라는 잘못된 첫 단추에 두고두고 논란거리를 만든 셈이다.

필 로일 레고랜드코리아 사장은 “모든 관람객이 잊지 못할 즐거움을 경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값을 매길 수도 없는 소중한 문화재를 하루 놀이터와 바꿨다는 생각을 쉽게 지울 수가 없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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