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공감] 이혼한 부모를 둔 사람들에게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영원할 줄 알았던 가족마저 끝장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배웠다. 그러나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내 부모의 이혼으로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다. 상실은 개인을 끝장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실제로 끝장난 건 내가 배웠던 가족이라는 개념뿐이다. (…) 아무튼 나는 이혼가정이라는 단어가 싫지 않다. 그 단어는 내가 무엇을 겪어낸 사람인지 알려주는 동시에 내 부모가 이별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단단한 사람들만이 부서질 수 있다. 정면으로 상실해본 내 가족의 얼굴들은 부서졌지만 사라지진 않았고, 단지 이별한 자리에 남아 윤슬처럼 부드럽게 반짝이고 있다. (임지은, ‘연중무휴의 사랑’, 2021년 사이드웨이 펴냄)


요즘엔 어떤 말을 ‘무심히’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는 별 뜻 없이 내 경험과 취향에 한정해 내뱉은 말일지라도, 그것이 다른 이의 삶을 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말, “나는 이혼 쉽게 생각하는 사람 별로더라.” 결혼이 복잡한 것만큼이나 이혼의 절차와 감정은 더욱 만만치 않다. 과연 ‘쉽게’ 이혼을 결정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저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이혼한다고 여기는 어떤 개인의 좁은 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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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 임지은 작가는 이혼한 부모를 둔 사람들, 소위 정상가족의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에게 사회가 반듯하게 갖춰놓은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어버이날에 한집에서 부모님에게 나란히 카네이션을 드릴 수 없을지라도, 어린이날 아이 손 잡고 테마파크 갈 일 없는 부부일지라도 상관없다. 우리가 상실한 것, 때론 갖지 않기로 결심한 것들이 저마다 특별한 삶의 모양을 만들기도 하니까. ‘연중무휴의 사랑’이란 한결같이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별과 상처 난 자리까지 사랑의 일부임을 아는 것, 부서진 채로 저마다 계속 살아내는 삶이 가장 보통의 삶임을 아는 것. 삶과 사랑은 그렇게 계속된다. /이연실 출판사 이야기장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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