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과 시공을 초월한 메타버스를 구현할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동력원으로 친환경 태양전지가 눈길을 끈다. 이를 위해서는 이종 결합 하이브리드 반도체나 기존 무기물 기반 반도체의 성과를 뛰어넘는 새로운 반도체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최소한의 탄소를 배출하고 사용한 후에는 완벽하게 재활용이 가능한 반도체 소자를 만들면 금상첨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가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5월)을 받은 이정용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해 에너지·환경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기반도체와 양자점,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매진해온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태양전지의 효율 향상을 위해 높은 기계적 특성과 흡광계수를 갖는 유기반도체, 근적외선을 흡수할 수 있는 콜로이달 양자점을 결합하는 시도가 많았지만 이종 반도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하 재결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실제 성능 향상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교수는 이종 반도체 경계면에서 유기 고분자의 짧은 엑시톤(exciton) 확산 거리와 그로 인한 재결합 문제가 전하 추출을 저해하는 주된 원인임을 구명했다. 엑시톤은 음전하(-) 전자와 양전하(+) 정공이 합쳐진 형태다. 이종 반도체 사이에 계단형 에너지층을 삽입해 효율적인 전하 전송이 가능한 유·무기 하이브리드 구조를 개발했다.
새로운 구조의 광전소자를 적용한 태양전지는 시연 결과 최대 13.1%의 높은 광전 변환 효율을 달성했다. 기존 유기 고분자와 양자점을 이용하는 태양전지보다 30% 이상 높은 효율을 입증하며 다양한 반도체 소자에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그는 2020년부터 ‘100% 이상 늘어나는 소재고유형 스트레처블 유기 태양전지’를 주제로 나노미래소재 원천기술 개발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태양전지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기술이 현실화한다면 피부에 부착해 체온이나 맥박을 측정하는 소자의 상시 전력원으로 활용되는 등 응용처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점 소재를 활용해 적외선 대역 흡수가 가능하도록 하는 이미지 센서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를 얻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차세대 반도체 중 하나인 페로브스카이트 재료를 활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하이브리드 구조의 고질적 한계를 극복하고 고효율 차세대 광전 소자 구현의 활로를 개척했다”며 “모바일 기기,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 4차 산업의 차세대 동력원으로 쓰일 수 있고 적외선 탐지가 가능한 웨어러블 라이다(LiDAR) 센서 실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