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관행 깬 尹 "총수님들 헤드테이블로 오세요"

■취임 만찬서 파격 친기업 행보

첫 상견례부터 '기업인 프렌들리'

민간주도성장 약속하며 투자 당부

M&A·고용 확대·공급망 복원 등

5대 그룹 '선물 보따리' 화답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빈 초청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빈 초청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취임 축하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5대 그룹 총수들을 헤드 테이블로 불러서 건배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경영 환경 개선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고 귀빈들이 모이는 자리에 경영인들과 자리를 같이한 자체가 이전 정부와 달리 기업을 국정 운영의 주요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게 일일이 직접 술을 따라주면서 “경제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진하게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투자와 고용 확대를 당부하면서 총수 스스로 활발한 경영 활동을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암묵적으로 전달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인에 대한 예우와 관심이 이전 정부보다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친(親)기업 지도자임을 부각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친노동조합, 재벌 개혁, 소득주도성장,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대변되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경제 관념을 깨고 각종 족쇄를 풀겠다는 약속도 수차례 내놓았다.



이달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제시한 국정 목표도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다.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효율성은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금융·세제 지원은 늘리고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은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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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들을 혁파하기 위한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 민·관·연 합동 규제혁신추진단(가칭)도 예고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직접 첫 상견례 자리부터 총수들에게 우호적 자세를 취하면서 기업들에 다시 한 번 신뢰를 불어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식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은 같은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자유! 자유! 자유! 무지개!!’라는 글과 함께 하늘에 뜬 무지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첫 주문에 따라 5대 그룹이 곧장 대규모 투자로 화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기업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나선 만큼 정권 초 대통령이 총수에게 직접 전한 메시지의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은 까닭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7년 초 하만 인수 이후 중단된 인수합병(M&A)이 재개될지가 관심사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 민간유치위원장 역할, 배터리·바이오·반도체 공격 투자 등이 관건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LG그룹은 배터리, 롯데그룹은 바이오 부문에서 각각 호응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이들 기업이 모두 청년 일자리 확대에 우선적으로 팔을 걷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대기업 총수들의 역할론이 더 확장될 수도 있다. 정·재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이 부회장, 최 회장, 정 회장, 구 회장 등 4대 그룹을 비롯한 핵심 경제인들과의 만남을 조율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도 방문해 윤 대통령, 이 부회장과 나란히 공급망 전략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도 10일 만찬에서 “첨단 기술 공급망 복원과 같은 글로벌 현안에서 더욱 실천적인 협력을 강구해 나가겠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은 새로운 글로벌 전략 공조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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