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중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기존 대법관들 대부분이 교체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전원이 바뀐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중 짙어진 사법부의 진보 색채와 탈검찰화 기조를 탈피하기 위해 윤 정부가 보수 법관을 적극 기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임기를 시작한 윤 대통령은 임기 5년간 오경미 대법관을 제외한 13명의 후임자를 임명하게 된다. 올해 김재형 대법관의 임기가 종료되고 내년 7월에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이, 9월에는 김 대법원장이 대법원을 떠난다. 2024년 1월에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임기가 완료된다. 8월에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이, 12월에는 김상환 대법관이 임기가 끝나 교체 명단에 오른다. 노태악·이흥구 대법관은 2026년에, 천대엽 대법관은 윤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27년에 임기가 만료된다.
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다수는 진보 색채가 짙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노정희·이흥구 대법관은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상환·오경미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냈다. 검찰 출신이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박상옥 전 대법관이 지난해 5월 퇴임한 이후 검찰 출신 대법관은 한 명도 없다. 통상적으로 대법원과 헌재에는 ‘검찰 몫’의 자리가 1석씩 있었으나 문 정부 기조에 따라 ‘탈검찰화’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법조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취소 판결 등으로 그동안 진보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윤 대통령이 보수 법관을 적극 기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2020년 전원합의체 판결 등으로 대법원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는 부분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보수 대법관 기용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이른바 ‘균형 맞추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 대법원장이 임기 전까지 총 3명의 대법관을 제청하게 된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자를 선정하기 전에 대통령과 의견을 나누는데 진보 성향인 김 대법원장이 자신의 인사 원칙을 고수할 경우 윤 대통령과의 갈등이 가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도 윤 대통령 임기 안에 헌재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9명의 임기가 완료되는 만큼 변화가 예상된다. 헌재에서는 2023년 3월 이선애 재판관을 시작으로 같은 해 이석태 재판관, 유남석 소장의 임기가 끝난다. 2024년에는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2025년에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헌재를 떠난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하는 형태인 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관 구성이 단숨에 바뀌는 게 아닌 만큼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겠지만 임기 중후반에 가서는 사법부가 보수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