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1분기에만 8조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냈다. 창사 이후 최대폭의 손실이라는 지난해 적자 총액을 단 3개월만에 경신했다.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지만 이를 제때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며 적자 폭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한전은 13일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7조 7869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적자 총액(5조8601억원)을 넘기는 분기 사상 최대 규모 적자다.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연료비·전력구입비 등 영업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원 가격이 치솟았지만 전기요금은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전 연료비 증가분을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유명무실해졌다.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가 처음 시행된 지난해 1분기 5716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후 2분기 -7648억원 3분기 -9366억원 4분기 -4조7303억원에 이어 4분기 연속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제도 도입 취지대로라면 연료비 조정단가를 상향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했지만 정부는 지난해 1분기 조정단가를 0원에서 -3원으로 3원 내린 뒤, 4분기에 다시 3원 인상해 도로 0원으로 복구하는데 그쳤다. 이후 올 1분기와 2분기에도 연료비 조정단가는 동결됐다. 한전은 2분기 연료비 조정 단가를 KWh당 0원에서 3원으로 올리는 전기료 인상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산정된 연료비 조정 단가는 KWh당 33원 80전이었다.
한전의 전력구입 비용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전력도매가격(SMP)은 4월 KWh(킬로와트시)당 202원 11전을 기록했다. SMP가 KWh당 200원을 돌파한 것은 2001년 전력도매시장 개설 이후 처음이다. 반면 한전이 소비자들에게 전기를 파는 가격인 전력판매단가는 2월 기준 KWh당 115원 20전에 그쳐 SMP를 크게 밑돌고 있다. 팔면 팔 수록 한전의 적자만 커지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이 30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전은 올 들어 15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이 조차 한계에 다다르는 상황이다. 한전의 차입금은 4월 말 기준 51조5000억원까지 불어났고, 이대로라면 한전의 자본잠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