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상급자에게 ‘보고받은 적 없다’고 거짓말했지만 부하 직원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3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6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8년 자신의 부하 직원 B 씨에게서 성추행 피해 보고를 받았다. A 씨는 직접 가해자 모친을 불러 추행 사실이 적힌 확인서에 서명하게 했다. 문제는 사건 후 6개월가량 지난 시점에 벌어졌다. A 씨는 B 씨의 피해 사실을 수사 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자 회의 석상에서 “B 씨가 애초 성추행 사건을 보고한 사실이 없는데 과태료 처분을 받는 건 억울하다”고 거짓말했다. A 씨는 B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A 씨가 B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벌금을 부과했다. A 씨의 발언이 B 씨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A 씨의 발언에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를 갖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