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해 국내 이용자들이 40억 개의 루나 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루나의 상장폐지를 결정한 뒤 20억 개가 넘는 루나 코인이 국내 거래소에 대거 유입됐다. 여기다 대폭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도 유입됐다. 결국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고팍스도 루나를 상장폐지하기로 했다.
업비트는 이날 “투자자 보호를 위해 5월 20일 12시를 기점으로 루나의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거래 지원이 종료되면 업비트는 루나에 대해 에어드롭, 월렛 업그레이드, 하드포크 등의 서비스 지원을 중단한다. 입금은 이미 공지 시점부터 중단됐고 출금은 다음 달 19일까지 가능하다. 업비트는 루나의 급격한 유통량 증가와 가격 변동, 스테이블코인 테라(UST)와의 연동 작업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점을 상장폐지의 주요 사유로 꼽았다. 고팍스와 빗썸도 루나와 테라KRT의 거래 및 입출금 지원을 종료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루나 코인과 스테이블 코인 테라달러(UST)에 쑥대밭이 되며 개발자인 권도형(사진) 테라폼랩스 대표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권 대표의 출발은 화려했다. 2019년 포브스는 그를 ‘한국판 일론 머스크’ ‘젊은 천재’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으로 추켜세웠다. 하지만 두 코인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폭락하며 비트코인 급락 등으로 확산되자 그의 사업 모델은 폰지 사기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30세인 권 대표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을 거친 청년 창업가다.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 신현성 대표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코인으로 코인을 버는’ 구조는 초창기 다단계, ‘폰지 사기’ 등 비판을 받았지만 지난해 시장 호황기에 알고리즘이 문제 없이 작동하면서 권 대표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확산과 금리 인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되며 알고리즘은 정상 작동을 멈췄다. UST 가격이 하락하자 알고리즘이 루나 발행량을 자동으로 늘렸고 루나 가격도 떨어졌다. 결국 루나와 UST가 서로를 떠받쳐주기는커녕 서로가 서로를 끌어내리는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회사가 사태 해결을 위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할 가능성도 커지면서 비트코인도 급락했다. 코인데스크의 데이비드 모리스 수석 칼럼니스트는 “권 대표는 가상자산계의 엘리자베스 홈스”라고 비판했다. 엘리자베스 홈스는 미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바이오벤처 창업자다. 일각에선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빗대 권 대표를 제 2의 리처드 펄드(당시 리먼 CEO)라고도 부른다.
한편 권 대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15억 달러(약 1조 92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