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업계

청와대 활짝 열리자…‘이곳’ 상권에 활기가 도네

청와대 인근 상권, 엔데믹에 개방 겹쳐 회복 뚜렷

‘호가 150억원’ 등장에 최고가 기록 바뀔 조짐도

“공실 하나씩 채워져…급매만 거래된 예전과 달라”

재정비 원하는 주민들은 건폐율 상향조정 원해

청와대 개방 행사 이틀째인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관람객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청와대 개방 행사 이틀째인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관람객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미지의 땅’ 청와대가 활짝 열리자 인근 지역 상권에 생기가 돌고 있다. 청와대와 딱 붙어있는 효자동은 물론,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인 체부동, 삼청동 등은 청와대 개방에 대한 기대감에 엔데믹 효과까지 더해져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되살아 나는 모습이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종로구 체부동·삼청동·가회동·효자동의 상업용 부동산 최고 실거래 가격이 바뀔 전망이다. 상가와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역과의 거리나 핵심 임차인(키 테넌트) 확보에 따라 크게 달라져 같은 지역에서도 편차가 큰 편이지만,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어지고 청와대 인근 시위가 이어지며 ‘고요하다’는 평이 나왔던 곳을 무대로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부동산 전문 플랫폼 디스코를 통해 확인한 이 지역 최근 4년간의 상업용 부동산 실거래가에 따르면, 가장 비싸게 팔렸던 사례(총액기준)는 체부동의 연면적 960㎡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로, 93억원(2019년 9월)이었다. 그 다음은 삼청동의 연면적 548㎡ 건물로 59억원(2020년 7월)이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매물은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다. 4월에 매물로 올라온 연면적 938㎡의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은 매매호가만 150억원이다. 아무리 저렴한 가격에 거래된다고 해도 이전 최고가를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삼청동에서도 금융연수원 건너편 지하1층~지상 2층(연면적 304㎡)건물이 지난달부터 80억원에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청와대 개방 행사 이틀째인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차없는 거리'에서 관람객들이 청와대 경내를 관람하기 위해 영빈문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청와대 개방 행사 이틀째인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차없는 거리'에서 관람객들이 청와대 경내를 관람하기 위해 영빈문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전면 유리창에 거래를 원하는 물건 정보가 적혀있다./이수민기자청와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전면 유리창에 거래를 원하는 물건 정보가 적혀있다./이수민기자




이렇듯 예전보다 높은 호가에 건물을 내놓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은 상권이 회복되는 징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개방 2일차인 11일 오후 경복궁역 사거리부터 효자동 삼거리까지 이어진 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카페나 빵집, 식당들은 점심시간이 지난 평일 낮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청와대 사랑채 앞은 관광객들이 차례로 입장하는 줄이 늘어섰다. 체부동의 공인중개사 A씨는 “경복궁 등을 보러 오는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상권이 무너지자 급매를 제외하면 정상적인 거래가 체결되기 어려웠다”며 “올 들어 거리두기가 서서히 풀리며 인파가 늘고 청와대 개방 결정으로 고정적인 수요도 확보되니 건물주들이 가격을 높여 내놓으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체부동 공인중개사 B씨는 “저렴하게 매도하려던 상가 주인들이 청와대 개방 발표 후에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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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대 상가를 임차하려는 자영업자의 문의가 증가한 것도 회복의 뚜렷한 시그널이다. 한 때 300㎡ 규모 1층 가게 월 임대료가 1000만원에 육박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월 5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라는 점도 문의가 증가한 주된 이유로 꼽힌다. 삼청동서 활동하는 공인중개사는 “확실히 과거 2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청와대 주변으로 관광객 늘어날 거란 기대에 개업하려는 이들의 임대문의가 제법 들어오고 있고, 공실이었던 대로변 상가들이 하나 둘 씩 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인근 상권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재정비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이 지역은 청와대가 떠났어도 왕궁보호와 자연경관 유지 등을 위해 서울시에서 엄격한 고도제한을 유지하고 있어 5층 이상의 건물이 들어서기 어렵다. 청와대 관람객 등에 힘입어 배후 수요가 늘어나도 상권에서 충분히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재정비가 수월하게끔 건폐율 완화라도 이뤄지길 바라는 눈치다. 효자동의 공인중개사 C씨는 “노후 주택에서 거주하는 주민들 대다수가 재건축과 재개발을 원하고 있지만 고도제한에 대한 조례가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며 “고도제한을 건드리기는 어렵다면 건폐율이라도 완화해 상권 발전과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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