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취임 사흘 만에 비상회의, 정공법으로 경제 체질 바꿔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인 13일 위기 징후 때 여는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첫 외부 행보로 국제금융센터를 찾고 2년 2개월 만에 한국은행 총재까지 참석시켰다. 윤 대통령은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무역수지 적자 전환과 실물경제 둔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선제적 위기 대응’을 강조했다. 이틀 전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산업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엄중한 진단과 조속한 대처를 주문한 것이다.



출범하자마자 고조되는 경제 위기를 맞은 윤석열 정부로서는 보유 외환으로 환율을 방어하고 국민연금을 동원해 주가를 띄우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포퓰리즘의 유혹을 받게 된다. 하지만 위기일수록 해법은 ‘정공법’에서 찾아야 한다. 물가가 치솟는데 59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푸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격이다. 외환 위기 직후 실직자가 쏟아지고 신용 불량자가 300만 명을 넘는데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금융·산업 구조 조정을 밀어붙였다. 그 뒤 시스템이 고장 났는데도 계속 근본 처방 대신 꼼수로 대응해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 기획재정부가 5월 ‘그린북’에서 수출 둔화를 경고하고 올 들어 무역 적자가 98억 달러에 이른 것은 문재인 정부가 생산적 투자를 하지 않고 세금으로 단기 일자리 창출에 주력한 데 따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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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물가 대책은 윤 대통령이 먼저 ‘추가 추경 불가’를 천명하고 일관된 유동성 축소로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없애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고(高)임금·고유통비용·규제로 인한 고원가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뚝심이 필요하다. 노동·규제·교육·공공·금융 등 구조 개혁과 함께 서비스업·신산업 육성 등 체질 개선 작업을 불굴의 의지로 밀고 나가야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재부만의 비상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넘어 범부처가 참여하는 제대로 된 ‘경제 워룸’을 만들어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외국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금융·실물시장을 찾고 해외로 떠난 우리 기업들도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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