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2021년에 심낭염을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접종 부작용으로 인정했어요. 그런데 다른 부작용들은 외면하고 이제와서 심낭염을 인정한다고 발표하는 걸 보면 생색낸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전날 코로나19백신안전성위원회의 ‘심낭염을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에 대해 13일 이 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심낭염 외에도 여러 질병들과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폭 넓은 인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전날 심낭염을 부작용으로 인정하자 질병관리청도 이러한 결과를 적극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질병청은 “위원회의 2차 결과 발표를 적극 수용한다”면서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에서 인과성 인정 기준을 24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인과성 인정 기준이 확대되는 경우 기존 부작용들도 소급 적용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도 ‘코로나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통해 백신 부작용 피해를 적극 보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드맵은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백신 이상 반응 피해보상 △백신 부작용 연구지원 △백신 부작용 전담기구 설치 등을 골자로 한다.
위원회가 백신 부작용 인정 결정을 공개하고 새 정부에서도 백신 부작용을 폭넓게 보상하겠다고 밝혔으나 피해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편이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고 급성 백혈병을 앓고 있다고 밝힌 김서연 씨는 “남편이 백신 접종 후 백혈병 진단까지 받았는데도 병원에서는 신고조차 해주지 않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백신 부작용이 병원을 통해 신고되지 않으면 인과성 평가조차 받을 수 없게 된다.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은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인과성 평가 방식 개선, 주치의·역학조사관 의견 적극 반영·인과성 판단에 앞서 복지 차원의 피해자 가족 지원 등을 해야 한다”면서 “백신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는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한 치료 전담 병원 지정도 마련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전 부회장은 부작용 피해를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 “코로나19백신안전성위원회에 백신 부작용을 겪은 사람들을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더 많은 피해자들이 참여해야 위원회가 더욱 정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장기적인 부작용 문제는 여전히 과제라고 말했다. 마 전 부회장은 “참 어려운 문제인데 이러한 부작용과 관련해서는 적정한 보상 기준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