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맛을 들이면 가격이 오릅니다. 와인, 치즈, 연어, 참치…. 세계 최대 인구인 만큼 일부만 좋아해도 수요가 급증하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죠. 이쯤되면 더 이상 중국의 식문화가 발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런 중국에서 커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커피 가격도 오르고 산업도 성장하고 있죠.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도 중국 시장에 공을 엄청 들이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국 내 경쟁기업들도 적지 않게 늘어날 만큼 중국 커피시장의 경쟁은 치열합니다.
‘차(茶)의 나라’ 중국, 커피에 빠지다
차로 유명한 중국.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양하게 차를 즐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차의 나라' 중국에서 최근 차를 대신하는 음료로 커피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은 빠르게 커나가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의 ‘2021 중국 커피 산업 발전 연구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커피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9년 1130억위안에서 2020년 1454억 위안, 지난해에는 3817억 위안(약 72조원)까지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매년 27% 넘게 성장해서 2025년에는 1조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커피 산업 중에도 원두커피 시장의 성장세가 빠른 편입니다. 중국 쯔옌리서치의 ‘2020~2022 원두커피 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원두커피 시장 규모가 89억7000만위안으로 전년도에 비해 41.7%나 늘었습니다. 올해는 122억 위안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커피 시장에서 원두커피 비중은 7.9%였는데, 올해는 8.4%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중국의 커피 소비는 확대될 여지가 더 많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 대륙 전체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9잔에 불과합니다.
한국(367잔), 미국(329잔), 일본(280잔)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수준이죠.
대도시들로만 한정하면 상황은 다릅니다. 중국도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1선 도시를 기준으로 하면 326잔, 2선 도시는 261잔으로 미국이나 일본과 차이가 없습니다.
커피가 사랑받기 시작하면서 중국 드라마나 영화에선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나 커피숍 배경이 많이 등장하죠.
중국의 커피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된 데는 결국 소득 수준이 높은 젊은층의 소비가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커피를 즐기는 자체가 일종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거죠.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커피 소비자 70% 이상이 22~40세입니다. 성별로는 60%가 여성입니다. 화이트칼라 노동자, 학생 등이 주 소비층인데,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성향이나 소비 패턴이 커피를 즐기는 데에도 반영이 되는 거죠. 카페의 75%가 1,2선 도시에 몰려있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겁니다.
커피 프랜차이즈의 격전지가 된 중국
중국 커피 시장이 달아오르는 만큼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중국인을 사로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스타벅스입니다. 1999년 1월 베이징 국제무역센터인 궈마오에 1호점을 열었고, 작년 말 기준 5654개의 매장이 중국에 있습니다.
최근 2021년 실적을 발표한 스타벅스는 하워드 슐츠 CEO가 "스타벅스의 중국 사업이 결국 미국 사업을 능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중국 커피 시장의 발전과 스타벅스의 성장을 자신하는 모습입니다.
스타벅스에 이어 맥도날드의 맥카페가 1600개, 코스타커피도 4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커피로 유명한 피츠커피, 일본에서 시작해 응(%) 커피로 불리는 아라비카커피, 캐나다 스타벅스로 불리는 팀홀튼도 빠르게 매장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맥카페는 내년까지 매장을 4000개까지 늘리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브랜드는 캐나다 국민 커피 팀홀튼입니다. 비교적 늦은 2019년 중국에 진출해 아직 매장 수는 150개 정도로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진출 1년 만인 2020년 5월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을 바탕으로 5년 안에 매장 수를 2750개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올해는 스페셜티 커피로 유명한 '블루보틀'도 상하이에 1호점을 열었습니다. 첫 날 커피를 사려고 3~4시간을 기다렸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습니다.
해외 브랜드가 성공하긴 쉽지 않은 중국에서 커피 프랜차이즈가 성공하고 있는 원인으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들 수 있습니다.
일단 매장이 크고 화려합니다. 상하이 여행객들의 필수 방문지가 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카노족(카페에서 노트북을 이용하는 사람)을 비롯해 커플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반면 중국은 커피숍에서 가족 단위나 친구, 동료들과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메뉴도 중국에서만 파는 특이한 음료들이 많은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우유가 포함된 ‘더티커피’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해외 커피 전문점에서는 음료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월병, 종즈 같은 중국식 간식 메뉴도 선보여 중국인들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국 커피 브랜드의 급성장
중국 브랜드의 약진도 볼만 합니다. 대표적으로 루이싱커피가 있습니다.
쿠폰을 엄청나게 뿌리기로 유명한 루이싱커피는 매장 수에서 스타벅스와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회계부정으로 뉴욕증시에서 퇴출됐지만 최근 다시 실적이 증가하면서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2선 대도시뿐만 아니라 3,4,5선 중소도시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 성공했는데요. 해외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성비가 좋고 애국 소비로 불리는 궈차오(?潮)까지 더해져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97.5% 증가한 약 80억 위안이고, 영업손실은 25억8727만 위안에서 5억3905만 위안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실적이 나쁜 직영점을 줄이고, 가맹점을 늘리면서 수익성도 좋아졌습니다.
작년에 선보인 신제품 생코코넛라떼, 올해 코코넛음료 브랜드 '예수'와 콜라보한 음료가 대박나기도 했습니다. 생코코넛라떼는 1년 만에 1억잔이 판매됐고, 코코넛음료와 콜라보한 메뉴는 일주일 만에 8100만 위안(약 153억원) 매출을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신생 브랜드의 약진도 볼만 합니다. 매너 커피, 시소 커피, M 스탠드 등의 브랜드가 매장 수를 점차 늘려가고 있습니다.
중국 커피 브랜드는 대규모 투자를 받아 성장에 탄력이 붙는 모습입니다. 작년에만 약 20건, 50억 위안(약 9430억 원)이 넘는 자금 조달이 있었다고 합니다. 투자를 받아 매장을 늘리고, 기업가치를 키워가고 있는 만큼 상장하는 기업들도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이 성장하다 보니 커피와 연관 없던 기업들까지 커피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우체국인 중국우정은 2월 중순 샤먼에 ‘우체국 커피’ 1호점을 냈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리닝도 최근 ‘닝커피’라는 상표 등록을 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리닝 측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커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커피 시장 진출을 확인해줬습니다.
중국 석유업체인 페트로차이나, 시노펙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커피를 판매하거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광 갔을 때 자주 들르셨던 통런탕(同仁堂)도 커피를 판매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커피까지 자급자족하는 중국, 한국 기업도 도전해야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의 커피 재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커피는 적도 주변 중북부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일대의 이른바 ‘커피 벨트’에서 재배되는데요.
땅이 넓은 중국도 윈난성과 하이난에서 커피가 재배됩니다. 세계 커피 생산량의 2% 수준이지만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점차 재배면적도 확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윈난성 커피가 중국 내에서도 유명한데요. 주로 수출되던 윈난성의 커피는 중국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대부분 중국 내에서 소비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의 커피 브랜드는 중국에서 아직까지 성공한 기업을 찾기 힘듭니다. 카페베네의 중국 진출은 무리한 확장 탓에 이미 실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최근 이디야, 주커피 등의 커피 브랜드와 파리바게트처럼 커피를 함께 파는 베이커리가 매장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해외 브랜드의 성공 노하우를 잘 습득하고 국내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장점을 더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중국 커피산업은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