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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인 "트로트 한 획 그었다는 자부심…히트곡은 마음 같지 않아요" [인터뷰③]


[인터뷰①] 송가인 "몇 초 만에 매진되던 콘서트, 이번엔 아니더라고요"

[인터뷰②] 송가인 "국악 교육 축소 반대, 트로트로 넘어간 사람이 자격 있냐고요?"에 이어서…




송가인 / 사진=포켓돌스튜디오 제공송가인 / 사진=포켓돌스튜디오 제공




국내 최초 트로트 오디션의 초대 우승자. 가요계 트로트 붐의 주인공. 아이돌 부럽지 않은 팬덤의 소유자. 모든 것이 송가인을 설명하는 말이다. 어깨가 무거우면서도 으쓱하게 할 만한 이 수식어들을 대하는 그의 자세는 누구보다도 당차다.

송가인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떨치게 한 TV조선 ‘미스트롯’이 종영한 지 벌써 3년이 됐다. 송가인은 아직도 당시를 떠올리면 꿈만 같다. 정체돼 있던 트로트의 붐을 일으키고, 단독 콘서트나 디너쇼를 열만큼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 시기를 거치며 확실하게 알게 된 건 모든 사람에게는 때와 운이 있다는 것이다.

“저로 인해서 트로트 선배님들도 예능 출연을 많이 하시는 걸 보고 정말 좋았어요. 예능에 나가서 옆에 선배님들 계시면 든든하고 뿌듯했죠. ‘내가 트로트 시대에 한 획을 그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후배님들에게도 존경할 수 있는 선배가 돼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고요. 그래서 어느 무대를 가든지 최선을 다해서 노래합니다.”

노래로 위안을 얻고 희망을 얻는 팬들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특히 어르신 팬들은 종종 노래를 듣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나았다고 한다. ‘가인님 덕분에 밖에 나와서 웃고, 자기 취미를 가져본 게 나이 들고 처음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자부심과 책임감이 생긴다.

“제가 어르신들의 아이돌이 아닌가 싶어요. 결혼식에 축가를 하러 가면 그 어떤 유명한 발라드 가수, 아이돌이 오더라도 제가 인기 짱이거든요. 나이 들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데, 70대 팬들도 아이돌 팬 못지않게 스트리밍도 해요. 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주셔서 감동이죠. ‘우리 엄마 아빠도 못해 주시는 걸 어떻게 해주시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쁨이 2배가 돼요.”(웃음)

뭐니 뭐니 해도 인기의 비결은 솔직하고 털털한 매력과 정통 트로트를 소화하는 깊이 있는 목소리다. 그는 “내숭을 못 떠는 성격이다. 그런 게 어른들 눈에는 다 보인다고 하지 않나”라며 “팬들은 노래를 부를 때도 몸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려주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어 “정통 트로트를 할 수 있었던 건 국악을 바탕으로 했기에 어렵게 다가오지 않아서다. 목을 쓰는 법이나 창법이 비슷하다”며 “진한 곡들을 하는 게 내 강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책임감이 있으면 부담감도 뒤따르는 법. 항상 어깨가 무겁다. 대중과 팬, 선후배, 동료들이 보고 있기 때문에 잘 해내야겠다는 압박감이 있다. 그래서 지금도 매번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는 떨린다. 트로트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책임감이 가슴에 박혀 있다.



“얼마 전에 ‘가요무대’에 갔는데 이자연 선배님이 ‘이렇게 붐일 때 히트곡이 나와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제 마음 같지 않아요. 7년간 무명생활하면서 깨달은 것은 운때가 맞아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히트곡 부담도 있지만 욕심은 안 부리려고요. 역주행할 수도 있잖아요. 지금은 건강하고 즐겁게 노래하자는 생각이에요.”

“이제 어느 정도 트로트 장르가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트로트 가수들이 음악방송에도 출연하고 굵직하게 자리를 잡았잖아요. 이렇게 붐이 됐으니 도태되지 않게 정통, 세미뿐만 아니라 그 밖에 또 다른 장르가 나와서 활성화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더 열심히 연습하고 개발하고 노력해서 계속 음원차트 순위권에 있게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건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하고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저 또한 항상 연습하지만 많은 가수들이 연습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쉼 없이 달려오는 그에게 번아웃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도 있지만, 그는 흘러넘칠 정도로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하다. 힘든 무명 시절을 생각하면 바빠서 힘든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팬들에게 계속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높은 연령대의 팬들은 기다려 줄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기에, 함께할 수 있을 때 쉬지 않고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많은 분들이 ‘떴으니까 변했겠지’라는 말을 많이 했다더라고요. 저는 그대로이고 환경과 위치만 바뀌었을 뿐이에요. 몇 년 간 저를 겪어본 지인들은 ‘가인이는 떴지만 안 변해서 좋다. 그대로여서 좋다’고 해요. 잘 되고 나서는 친구들, 선배들, 국악인들에게 다 보답하고 있어요. 제가 힘들 때 그분들이 도와줬으니까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전 연예인인 척하는 것도 싫더라고요. 팬들에게도 제가 먼저 다가가서 사진도 찍어주고 그러니까 정말 좋아해 주세요.”(웃음)

많은 것을 이루고 달라진 송가인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정작 그에게 10주년은 큰 의미가 아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뿐이다.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트로트 가수가 10년밖에 안 됐어?’라는 생각이에요. 아직 새내기입니다. 팬들이 축하해 주겠지만 전 아직 환갑 수준이에요. 칠순, 팔순, 구순도 있는데 아직 젊죠.”

“제가 스스로 곡도 써보고 가사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곡가들의 곡만 받아서 할 게 아니라 내가 더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야겠다는 생각이요. 짙은 호소력 있는, 한 섞인 발라드도 해보고 싶어서 후반기에는 그런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살아남기 위해 항상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추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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