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막아낸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는 2만 5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은 FDS 고도화 작업을 통해 보이스피싱 의심 사례를 1년 만에 1만 건 넘게 더 찾아냈다. 윤석열 정부가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보이스피싱 엄단’을 내건 만큼 관련 피해 예방을 위한 은행권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이 FDS로 발견한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는 총 2만 5922건이다. 최근 3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2만 2705건에서 2020년 1만 1305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2만 5000건을 훌쩍 넘기면서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유독 지난해 보이스피싱 예방 건수가 늘었다. 2020년 1886건을 예방했지만 지난해 1747건으로 139건 줄어든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4대 은행 모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2571→ 4559건) △신한은행(2946→3247건) △농협은행(2028→2565건) 등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1년 새 1만 1930건이나 보이스피싱 의심 사례를 더 잡아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측은 “2020년 이후 대포통장 대응과 원격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 다양한 FDS 시나리오를 운영 중”이라면서 “보이스피싱 범죄 유형이 다양해진 점을 고려해 2020년 8월 알뜰폰 개통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12월 메신저피싱 대응 체계로 개편 적용해 메신저피싱 예방률은 97%”라고 말했다.
영업망이 비대면 채널로 한정돼 있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더욱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인터넷은행 3곳(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지난해 보이스피싱 예방 건수는 377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를 제외하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지난해 FDS를 통해 막아낸 보이스피싱 의심 사례는 각각 3287건, 99건으로 2020년보다 1678건, 8건 늘었다.
은행권의 보이스피싱 예방 건수가 늘면서 관련 피해액은 줄고 있지만 보이스피싱 피해 유형이 다양해진 만큼 유형별로 차별화된 예방과 관리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의 피해액은 16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5% 감소했지만 오히려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991억 원으로 165.7%나 늘었다. 은행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080억 원으로 전년보다 38.1% 줄었다.
윤석열 정부가 보이스피싱 등 각종 경제 범죄 엄단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만큼 금융권의 보이스피싱 예방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불법 사금융과 보이스피싱 등에 대한 법 집행과 피해자 지원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금융 당국 수장 인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정부와 금융 업계가 본격적인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