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IPEF·쿼드 지렛대로 통화스와프·핵우산 보장…'安經同行' 전환을

[한미, 새로 쓰는 위대한 파트너십]

<상> 할 말 하는 신뢰외교

G2 갈등의 전략적 요충지 부각, 무너진 동맹 복원 유도

AI·배터리·반도체 등 밀착수준 따라 동북아 정세 재편

MB식 외교성과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다시 이끌어내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속도전은 격변하는 동북아시아의 외교안보적 정세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과 정상회담까지의 시간은 11일에 불과하다. 취임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정상회담을 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만남이 빨랐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54일), 문재인 전 대통령(51일)과 비교해도 역대급 최단 기간에 양국 정상이 마주하게 된다.



양국 정상이 당면한 과제들 가운데 한미정상회담을 최우선순위로 추진한 배경에는 그만큼 한미 동맹이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3000’을 내세우며 북한 문제 등 주요 외교안보적인 문제의 중심에 미국을 놓으며 한미 동맹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이른바 ‘광우병 파동’ 등 국내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한미 동맹이 군사적 관계를 넘어 경제협력체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한미 동맹에 표면적인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세계 10대 무역 대국인 우리나라 전체 교역에서 중국 무역의존도가 25%를 넘어서며 한중 경제가 공동화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결국 2014년 말 미중 간 갈림길에서 일단 중국 쪽으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2014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한중 FTA 타결을 선언했다. 2015년 9월에는 미국 등 우리의 우방들이 참석을 거부한 중국 전승절 행사에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하며 미국과 약속한 ‘한미 포괄적 전략 동맹의 지속·발전’에도 큰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급격한 친중 행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같은 해 10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의 결속을 재확인했지만 외교가에서는 한국의 외교가 길을 잃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사이의 ‘균형 외교’, 북핵에서마저도 당사자가 아닌 ‘중재자’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미 동맹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0~22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방안을 한미 양국이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무답사단이 탑승한 미군 수송기가 23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착륙해 있다./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0~22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방안을 한미 양국이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무답사단이 탑승한 미군 수송기가 23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착륙해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앞세운 ‘강력한 한미 동맹 복원’을 주장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방치된 ‘포괄적 한미 동맹’을 직접 매듭짓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저에는 10년간 균열에 균열을 거듭해온 한미 동맹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격변하는 동북아의 외교안보적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인식도 자리 잡고 있다.

관련기사



지난 10년간 전 세계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반도체로 대변되는 신산업이 확산하며 전통 산업과 안보관으로는 규정되지 않는 경제, 외교적인 상황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은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신기술의 급성장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없는 성장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미국과 경제적 대결 구도를 넘어 자유민주주의 체제와의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북한은 이 틈을 파고들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위험한 외교적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보인 ‘균형’ ‘중재자’와 같은 각자도생 방식으로는 중국의 패권 확장과 북핵의 위협을 차단할 수 없다는 게 현재 한국이 처한 냉정한 외교적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여줄 한미의 밀착 수준에 따라 동북아 정세 재편도 불가피하다. AI와 빅데이터, 초연결망(5G·6G)을 앞세운 중국형 정치·경제 모델의 핵심은 반도체와 배터리다. 미국의 반중(反中) 경제협력 수단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는 반도체 등 핵심 소재의 공동 공급망 구축, 디지털 경제, 기후변화 등의 협력을 담고 있다. 이에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우리로서는 IPEF를 한미정상회담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의 참여 요구가 예상되는 IPEF에 전격 참여하되 미국으로부터 ‘경제안보’를 약속받는 ‘통 큰 빅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미국으로부터 중국의 반발과 북한의 위협을 상쇄할 방안인 △강력한 핵 억지력 확보 △영구적 한미 통화 스와프 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북핵 문제를 진중하게 다루고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수준의 억지력 강화를 해야 한다”며 “영구적 한미 통화스와프는 (중국 무역보복 등)금융시장의 방어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도 요구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은 “한일관계 개선이 중요한데 미국 정부가 빠른 시일 안에 전향적인 조치를 해달라는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박경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