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 기업들, 재단 만들어 공익활동…정부는 파격 稅혜택으로 힘 실어

[다시 기업을 뛰게 하자]

<3>기업가정신 훼손하는 반기업 정서-해외선 반기업 정서 해소 어떻게

공해병 공분 시달리던 日 게이단렌

수십년 간 현장 찾아가 기업 교육

英은 정부 주도 '기업가정신 캠페인'








1960년대 일본에서 보고되기 시작한 ‘미나마타병’ ‘이타이이타이병’ 등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일본 공장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로 발생한 4대 공해병으로 일본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는 하늘을 찔렀다.

최악의 반기업 정서를 정면 돌파한 것은 일본 경제 단체와 기업들이었다. 기업의 환경 규제가 심해지며 공해병이 줄어들었지만 반기업 정서는 여전했다. 일본의 경제 단체 게이단렌과 기업은 1970년대부터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내고 사회 공헌과 교육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의 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초중고 교사들의 민간 기업 연수 △공장 등 사업장 견학 및 생산·직무 체험 △기업 경영진의 학교 파견 교육 등 책으로 보는 기업 교육이 아니라 기업인이 적극적으로 교육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



최악의 공해병으로 반기업 정서가 팽배했던 일본은 수십 년간의 기업 교육으로 2000년대 들어 기업을 응원하는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혔다. 실제 액센추어사가 2001년 세계 22개국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반기업 정서 조사에서 일본은 응답자의 53%가 ‘국민 사이에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없다’고 답하며 전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산업화 원조 국가인 영국에서는 18세기부터 반기업 정서가 팽배했다. 환경오염과 노동 착취 등으로 영국 국민들에게 기업은 미움의 대상이었다. 1970년대 들어 오일쇼크에 따른 경기 침체와 환경오염 등으로 기업에 대한 반감이 치솟았다.

일본과 비슷하게 영국도 기업의 본질을 알게 하는 방식을 택했고, 반기업 정서는 점점 사그라들었다. 1984년 영국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하면서 알짜 기업들의 주식이 민간에 넘어갔다. 국영기업들의 이익이 국민에게 분배되자 영국인들도 기업에 대한 인식을 차츰 바꿨다.

2000년대 들어 영국 정부는 기업가 정신을 높이기 위해 ‘기업가 정신 제고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펼쳤다. 영국의 대표 경제 단체인 영국경제인연합회(CBI)는 수십 년째 지역 기업과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사업을 한다. 지역사회 학생들이 직무 경험부터 멘토링까지 지역 기업의 실상을 더 잘 이해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CBI는 “학생들이 사업가와 자주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이후 성인이 돼 실업자가 될 확률은 5배 낮아진다”며 “사회 정의의 척도는 모든 젊은이들이 기업들과 연결되고 성인이 되고 성공할 기회를 평등하게 갖는 것”이라고 사업 목표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도 반기업 정서가 극에 달했다. 당시 닷컴기업 거품 붕괴와 2001년 엔론의 회계 부정으로 기업가에 대한 불신이 흔했다.

미국은 민간 주도로 기업가들이 이익 환원, 창업 지원 활동을 통해 반기업 정서를 누그러뜨리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재단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도 한몫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을 만들었다. 막대한 부를 다시 전 세계의 빈곤과 질병을 없애고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쓰기 시작하며 기업인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워런 버핏과 마크 저커버그 등 미국 기업가들도 재단과 공익사업 기관을 만들어 기업에 대한 반감을 줄이고 있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려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게이츠재단과 비슷한 비영리 자선단체가 많다. 실리콘밸리커뮤니티재단 등은 초대형 IT 기업, 벤처캐피털의 기부금을 받고 지역 교육, 보건 등 각 분야의 부족한 점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실리콘밸리의 재단들은 청소년·대학생들의 창업 지원과 펀딩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고 있다. 이명진 고려대 교수는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 정부·기업·시민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기업은 규모와 능력에 맞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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