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타이레놀 어디 없나요”…편의점·약국 모두 품절 대란

한국 특유 복제약 기피 문화에

질병청 브랜드명 언급도 영향

확산세 꺾였지만 공급 부족 지속

식약처, 호주 유통제품 긴급도입

17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 가정상비약 판매대에 있는 타이레놀 진열 자리가 텅 비어 있다. 오승현 기자17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 가정상비약 판매대에 있는 타이레놀 진열 자리가 텅 비어 있다. 오승현 기자




서울 시내 약국과 편의점에서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타이레놀을 찾는 수요는 여전한 가운데 공급이 제때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시내 편의점 대부분에 입고되는 타이레놀 물량은 일주일에 2개꼴로 한 달에 8개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 모(62) 씨는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서울 시내 모든 편의점 상황이 비슷하다”면서 “워낙 잘 나가니까 물량이 들어오면 금세 팔려 매대가 항상 비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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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해당 편의점의 안전 상비 의약품 상품 리스트에서 발주 가능한 수량을 살펴보니 타이레놀의 최대 발주 수량은 3개였다. 하지만 일선 편의점은 타이레놀을 1개 확보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공급 상황에 따라서 수시로 발주 가능 수량이 바뀌기 때문에 실제 들어오는 물량은 이보다 더 적을 수 있다”면서 “갑자기 발주 제한 공지가 뜨기도 하는데 한 번 중단이 되면 몇 주씩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 약국도 상황이 비슷하기는 마찬가지다. 광화문 일대 약국 8곳에 문의한 결과 모두 “타이레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약사 A 씨는 “타이레놀과 같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다른 약은 잘 들어오고 있는 반면 타이레놀은 거의 안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약사 B 씨도 “가장 구하기 쉬운 약이었는데 지금은 완전 품절이라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한다”며 “존슨앤드존슨에서 내년에 팔려고 생산한 것까지 다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약사들은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우리 국민 특유의 복제약 기피 현상과 맞물려 코로나19 확산 초기 방역 당국에서 타이레놀을 콕 집어 비상약으로 홍보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서울 중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C 씨는 “질병관리청에서 상품명을 말한 후부터 타이레놀은 족족 다 팔리는 바람에 물량이 없다”며 “손님들에게 타이레놀과 똑같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다른 복제약을 추천해도 절반 이상은 그냥 돌아간다”고 했다.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지속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호주에서 판매되는 약국용 타이레놀 2종을 긴급 도입한다고 최근 밝혔다. 정부가 공급하는 형태가 아니라 제약사가 해외 의약품을 도입할 수 있도록 식약처가 인정한 것으로 5월부터 국내에 공급되고 있다. 한국존슨앤드존슨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슈로 약 수요가 크게 늘면서 기존에 판매되고 있던 재고분과 생산분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이 있었다”며 “현재는 판매처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존 생산 재고분과 수입 제품이 병행 공급되면서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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