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尹공약 뒷받침·초과세수 겹악재…정부 "내년 쓸 돈이 없다"

◆예산 당국 내년 재원마련 비상

기재부, 지출 증가율 5% 정했지만

국정과제 이행 부담…한도 넘길 판

추경 여파 내년 세수 되레 줄 수도

"지출 조절 '공약 다이어트' 필요"





내년 나라 살림 계획을 짜고 있는 예산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날로 불어나는 국가부채에 내년부터 정부 씀씀이를 조절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윤석열 대통령 공약 이행에 따라 지출 부담이 되레 커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역대급 초과 세수가 추계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수입(국세+기금)은 변함이 없는데 국세 수입만 올라가게 된다. 국세 중 상당분은 의무적으로 지방에 내려보내야 하는 터라 결과적으로 예산 당국이 내년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더 쪼그라들게 됐다.

1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23년 부처별 예산 증가율 상한을 2022년 본예산 대비 5% 전후로 상정하고 이런 내용을 최근 각 부처에 전했다. 증가 폭을 5% 내외로 설정한 것은 지난해 확정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 내 연간 총지출 증가율이 최대 9.5%를 기록하면서 국가부채가 급증하자 정부는 내년부터 지출 증가율을 5% 이하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5%(약 30조 원) 수준의 증액만으로는 새 정부의 공약을 뒷받침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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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총 209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추산했는데 단순 계산으로 당장 내년부터 연평균 40조 원 이상의 재정 수요를 더 감당해야 한다. 예산 당국이 설정한 지출 한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당국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추가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10조 원 안팎에 불과하다.

최근 추경 편성 과정에서 대규모 초과 세수가 추계되면서 예산 당국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앞서 정부는 법인세(29조 1000억 원 추가)를 중심으로 올해 53조 3000억 원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당국이 걱정하는 대목은 ‘세수 풍년’ 전망이 내년 국세 수입 전망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실적 호조세가 당초 정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내년 세수 추계치도 맞물려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양도세처럼 일시적 요인에 의해 세수가 늘어난 경우라면 이듬해 세수 전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법인세 같은 경우 여타 세목과 다른 측면이 있어 내년도 세수 전망치를 다소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총수입이 고정돼 있는 한 국세 수입이 늘어날수록 예산 당국의 부담은 더 커진다. 내국세의 40%가량을 관련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방교부세 등에 써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500조 원의 총수입이 내국세 250조 원과 기금 등 이외 수입 250조 원으로 구성돼 있다고 가정하면, 예산 당국이 지방으로 보내야 하는 금액은 100조 원에 그친다. 하지만 내국세 수입이 300조 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50조 원 늘었다고 가정하면 지방으로 향하는 금액은 20조 원 더 불어난다. 이번 초과 세수 추계의 영향으로 내년 내국세 수입이 늘어나면 예산 당국이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맞물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출과 수입 양쪽 방향에서 예산 당국이 받는 압력이 전에 없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산 당국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내년도 예산안을 짤 때 당국이 움직일 수 있는 ‘룸’이 상당히 좁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국정과제에서 우선순위를 선별하는 ‘공약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천정부지로 뛴 국가부채를 감안해 지출 한도를 늘려 잡기보다는 신규 지출 수요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입에 비례해 자동으로 늘어나는 지방교부금 등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실장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출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세입 여건이 좋아지면 같이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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