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언제까지 '중립'을 '매도'로 읽어야할까





“매수 의견을 담은 증권사 리포트가 나오면 차라리 팔고 싶습니다.”



개인투자자 A(31) 씨는 “투자 초기에는 전문가들이 분석한 리포트를 믿고 매수했는데 통상 주가가 반대로 갔다”며 이같이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는 “오히려 생각 없이 투자한 지인의 수익률이 더 좋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리포트를 교과서 삼아 주식 투자에 나섰던 A 씨는 큰 손실로 혼란에 빠졌다. 그는 물타기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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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째 계속되는 하락장에서도 증권사들은 ‘사라’는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9.92%, 1.22% 빠지는 동안 국내 33개 증권사의 평균 매도 의견 비율은 0.1%다. 매수, 중립(보유), 매도로 나뉜 투자 의견이 매수에 쏠린 것이다.

매수 리포트로 시장을 채우는 증권사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매도 리포트를 냈다가 밥줄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가 해당 기업이 자료 제공이나 기업 탐방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경쟁 애널리스트에 비해 자료 접근성이 제한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또 증권사 입장에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법인 자금 운용이나 인수합병(M&A) 등을 놓치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강성 주주들의 지나친 불만 표출도 매도 리포트를 막는다. BNK투자증권은 지난해 카카오뱅크 상장을 앞두고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냈다가 하루 만에 이를 회수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결국 증권사 연구원들도 매도 의견을 줄 수밖에 없는 상장사를 피하게 되고 투자자들은 중립(보유)을 매도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굳어진 것이다.

금융 당국은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업무 계획에 ‘증권사 분석보고서 개선’을 넣고 향후 설립될 대체거래소(ATS)에 연구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과감하게 ‘팔라’는 리포트가 나올지 미지수다. 결국 상장사와 투자자가 성숙한 태도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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