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때 아닌 코로나 변수…양승조에게 무슨 일이?[정상훈의 지방방송]

<14>충남지사…코로나 확진 랜선 유세

박완주 성비위 악재도…요동치는 지지율

김태흠, ‘충청의 아들’ 등에 업고 ‘동진’


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얘기를 얇고 넓게 훑어보겠습니다. 지방방송의 볼륨을 조금만 키워보겠다는 생각입니다.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후보가 랜선을 통해 공약발표를 하는 모습. / 양승조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후보가 랜선을 통해 공약발표를 하는 모습. / 양승조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1462명. 지난 17일 충남의 코로나19 확진자 수입니다. 이중 한 명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재선에 도전하는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후보입니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이틀 앞두고 찾아온 때 아닌 코로나 확진에 발목을 잡힌 것입니다.

사실 양 후보에게는 코로나 확진보다 더 큰 악재가 이미 찾아왔었습니다. 당내 충남 지역구 의원 중 최다선(3선)이자 이번 지선에서 충남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완주 의원이 성비위 사건에 연루되며 당에서 제명을 당한 것입니다. 안 그래도 충남에서는 안희정 전 지사가 성폭력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을 했던 만큼 양 후보와 민주당으로서는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가까스로 ‘박완주 지우기’를 이어오던 양 후보에게 코로나 확진은 업친 데 겹친 격이 됐습니다. 이로 인해 양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을 집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누가 봐도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마저도 엎치락뒤치락하며 안갯속 판세로 접었기 때문입니다.



양 후보는 ‘랜선’에서 답을 찾은 듯합니다. 자가격리를 하면서 유권자와의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선 인터넷 공간밖에는 답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양 후보는 랜선 유세, 랜선 기자간담회, 랜선 공약발표, 랜선 미팅 등 온라인 유세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아침 페이스북을 통한 ‘일일브리핑’도 진행합니다. 여기서 지선 공약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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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도 총동원됐습니다. 부인과 딸, 아들이 양 후보를 대신해 유세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양 후보는 지난 19일 충청권 기자들과 진행한 랜선 기자회견에서 “박완주 의원 관련 사건이 발생한 뒤 지지율이 20% 빠졌지만 당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신속하게 처리했다”며 “코로나19라는 전혀 예기치 못한 악재까지 겹쳤지만 주어진 상황에 좌절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양 후보의 자가격리는 오는 24일 해제됩니다.

양 후보가 잇단 악재로 주춤하는 사이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는 열심히 ‘동진(東進)’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서로 나뉘어져 있는 충남의 정치지형상 농어촌이 밀집한 충남 서부는 국민의힘이, 천안·아산 등 대도시가 있는 충남 동부는 민주당이 유리한 것으로 분류됩니다. 김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도 보령·서천이었습니다. 김 후보는 ‘박완주 공백’이 생긴 천안으로 지지세를 확장시켜 지선 승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성비위 사건으로 인해 민주당을 떠난 민심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여기에 ‘충청의 아들’이라는 든든한 뒷배도 김 후보를 돕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충청의 아들’을 내세웠습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아버지와의 인연을 강조한 것입니다.

당초 원내대표 출마를 고려했던 김 후보가 지선으로 방향을 튼 것도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당시 이준석 대표는 물론, 당시 원내대표였던 김기현 의원까지 김 후보를 직접 찾아가 충남지사 출마를 설득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새 정부 출범 이후 ‘허니문’ 기간에 치러지는 지선인 것도 김 후보에게는 유리한 부분입니다. 다만 과거 발언 논란은 김 후보가 천안·아산 민심을 잡기 전에 꼭 넘어야 할 산입니다.

흔히들 충청권 민심은 본인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물론 이 또한 지역에 대한 편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간의 사례로 봤을 때 충청은 중앙의 흐름과는 별개로 소신껏 투표해온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슈에 이슈가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충남의 민심이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9일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오른쪽 두번째)가 아산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는 김병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 / 연합뉴스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9일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오른쪽 두번째)가 아산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는 김병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 / 연합뉴스


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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