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국내 최초로 공공주택 입주민의 생애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연구 데이터를 공개한다고 23일 밝혔다. 서울시내 공공주택 모집단 18만 3215가구 중 약 3000가구를 표본으로 약 7년 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조사 항목은 가구특성, 소득, 생활비, 일자리, 이웃관계 등 약 200문항으로 구성됐다.
조사에 따르면, 공공주택 입주 시 직전 주택보다 좁은 경우가 많았다. 직전 주택의 평균 면적은 47.5㎡, 현재 거주하는 공공주택의 평균 면적은 41.3㎡(방 2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살던 주택보다 면적은 좁더라도 장기 거주 및 부담 가능한 임대료 등을 고려했을 때 공공주택 거주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입주민의 경우 장기 거주 중이며 94.9%가 이사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사 계획이 있는 경우 현재보다 넓은 면적(76.4㎡)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주택을 기반으로 자산을 형성하여 보다 넓은 주택으로 이동하는 등 ‘주거 사다리’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엿보인다.
실제로 공공주택의 저렴한 임대료가 입주민의 자산 축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근거도 확인됐다.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3가구 중 1가구가 저축을 하고 있으며, 월평균 4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공공주택 입주민의 연소득 수준 대비 임대료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RIR(연소득 대비 주거임대료 배수)도 평균 10.6으로 민간 임차가구 평균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임차 보증금과 임차료는 임대유형 간 격차가 매우 컸다. 장기전세의 경우 평균 보증금은 1억 7106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영구임대가 보증금 592만원에 월세 6만 2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주거 만족도는 다가구보다 아파트가 높았다. 아파트형 공공주택 거주자의 경우 임대유형 별로 구분해도 대체적으로 유사한 만족도를 보였지만, 다가구 매입임대주택 입주민의 경우 주택 내·외부상태, 주거환경 만족도 등이 타 유형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차 보증금 마련을 묻는 질문에는 ‘자기자금(83.6%)’이라고 답한 입주민이 가장 많았다.
공공주택 가구주 나이는 평균 58.6세로 60대가 가장 많았다. 가구원 수는 입주때보다 0.5명 줄어든 2.39명으로 1~2인가구가 다수를 차지했다. 입주민 가운데 상용직 근로자가 23.0%로 가장 많았으나 전체의 80.4%가 시간제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민 10명 중 9명(89.8%)는 임대주택 거주에 대해 만족했으며 사회 통합을 위해 경제적으로 서로 다른 계층이 어울려 사는 ‘소셜 믹스’ 정책에 대해서는 78.4%가 찬성했다.
SH는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공공주택 입주자의 인구·사회환경 특성, 경제적 특성, 주거환경 특성, 생활건강 특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H는 다음달 1일부터 SH도시연구원 누리집을 통해 상세 데이터까지 전면 공개해 누구나 데이터를 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SH공사는 서울시 공공주택 입주자 패널조사 자료 공개와 동시에 국내외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논문공모전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