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당일 기준금리 결정이 공표되는 오전 9시 50분보다 관심이 쏠리는 건 이창용 총재가 금통위에서 처음 입을 여는 오전 11시 10분이다. 고물가·주요국 긴축 등 통화정책 환경상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앞으로 언제 얼마나 금리를 올릴지는 이 총재 발언을 바탕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전임 이주열 총재와 발언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만큼 시장엔 긴장감마저 흐른다.
24일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하던 기자간담회를 이번 금통위부터 대면 온·오프라인 병행 시스템으로 전환한다. 기자간담회 시간도 오전 11시 20분에서 오전 11시 10분으로 10분 앞당겼다. 이에 질문을 취합해 기자단 대표가 대독하던 기존 방식이 아닌 즉각적인 현장 질의응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통위가 이 총재의 데뷔전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처음 열리는 대면 간담회라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올 만큼 금리 인상을 확신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 현상이 가장 큰 이유다. 심지어 환율, 원자재 가격, 생산자물가, 기대인플레이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온갖 변수가 물가를 밀어 올리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물가가 당분간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해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추가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한미 금리 역전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 배경으로 꼽힌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은 이미 빠져나가고 있다. 향후 경기 침체가 나타나면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만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둬야 한다는 분위기도 조성돼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수출 부진 등을 이유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낮춰 잡았고, 한은마저 이번에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관심은 이번 금통위 결과를 넘어 연내 기준금리가 어느 수준까지 오를지에 집중돼 있다. 올해 남은 금통위는 이번 회의를 포함해 7월 13일, 8월 25일, 10월 12일, 11월 24일 등 다섯 번이다. 한미 금리 역전이 예상되는 3분기에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그렇다면 4월과 5월에 이어 7월까지 사상 첫 3연속 인상도 가능할지를 짐작할 만한 이 총재 발언이 나올지가 관전 포인트다.
상대적으로 말이 빠른 편인 이 총재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내용을 답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자단 상견례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분당 100단어 속도로 답변했다. 질문 5개에 대한 답변이 A4용지 7장 분량이었다. 빅스텝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던 16일 경제부총리와의 조찬 회동 직후 때는 1분 만에 무려 126단어를 쏟아냈다. 비교를 위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보니 이주열 전 총재는 2월 금통위 간담회에서 분당 60~80개의 단어를 이야기했고, 4월 금통위에서 임시로 의장을 맡은 주상영 금통위원은 분당 50~60개 단어를 말했다.
앞서 언급한 ‘빅스텝’과 같은 예상치 못한 발언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16일 조찬 회동 후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아직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처음으로 빅스텝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통위를 앞두고 나온 예상치 못한 발언에 시장은 물론 한은마저 깜짝 놀랐다. 당일 국채 3년물 금리는 오전 한때 전 거래일 대비 0.17%포인트 상승하며 연 3.082%까지 올랐다가 한은이 ‘원론적 입장’이라고 설명한 뒤 소폭 하락 마감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이 총재 통화정책 성향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총재는 취임하기까지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여러 사안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밝혔지만 유독 통화정책에 대해서만큼은 말을 아꼈다. 금통위원들과 통화정책 관련해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총재를 두고 매(통화 긴축 선호),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매둘기(매와 비둘기의 중간)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만큼 첫 금통위 간담회가 중요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자체보다는 이창용 총재의 발언에 시장이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빅스텝’ 발언과 같은 매파적 스탠스가 재차 확인된다면 국내 금리 급등과 함께 환율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