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미국이 퍼뜨려" 中서 터진 음모론 '일파만파'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15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여름철 대확산을 공식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에서 미국이 의도적으로 원숭이두창을 퍼뜨렸다는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팔로워 651만명을 보유한 중국의 인플루언서 슈 창은 이날 자신의 웨이보에 글을 올려 "미국이 생명공학적으로 조작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퍼뜨리려고 계획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비정부기구 핵위협방지구상(The Nuclear Threat Initiative)이 지난해 원숭이두창이 2022년 5월 15일 가상국가인 '브리니아(Brinia)'에서 처음 등장해 18개월 동안 전 세계로 퍼지는 대유행을 그린 시나리오를 담은 바 있다. 원숭이두창의 확산을 미리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창은 해당 보고서의 전체적인 맥락을 오역하고 미국이 원숭이두창 확산의 배후에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이다.

창의 글에는 7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리고 75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다수의 중국 네티즌들은 전적으로 창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한편 웨이보에서는 지난 3일 동안 원숭이두창 관련 게시글이 무려 5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사회적인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일부 글에서는 "미국의 최종 목표는 중국", "중국에도 조만간 원숭이두창이 퍼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이 원숭이두창을 퍼뜨리고 있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앞서 지난 22일 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이스라엘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도 확인되면서 전세계 15개국에서 120여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숭이두창은 인수 공통감염병으로 증상은 두창과 유사하지만 전염성과 중증도는 낮은 편이다. 병변, 체액, 호흡기 비말, 침구와 같은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증상으로는 발열, 오한, 두통, 림프절 부종, 수두 유사 수포성 발진 등이 나타나며 2~4주간 지속된다. 대부분 자연회복되지만 약 1~10%는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에 따르면 최근 치명률은 3~6% 내외로 조사됐다.

원숭이두창의 세계적 확산 속에 WHO는 긴급대책 회의를 소집하고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사무소장은 "여름철 사람들이 축제와 파티를 위해 모인다"면서 "감염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원숭이두창 환자는 없지만 대비를 위해 검사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천연두 백신을 맞으면 85%가량 보호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는 이 백신이 3500만명분 가량 비축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청은 "원숭이두창과 천연두는 다른 종류의 감염병이기 때문에 해당 백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전문가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