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24일 긴급 기자회견으로 당이 혼란에 빠지는 형국이다. 강력한 개혁으로 민심에 부응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는 내용이었지만 사과의 적절성를 두고 강경파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더구나 박 위원장의 회견이 사전에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도부 내에 파열음도 감지된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맹목적 지지에 갇히지 않고 대중에 집중하는 당을 만들겠다"며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정말 많이 잘못했다"며 10초간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는가 하면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메시지는 지방선거의 판세가 불리해진 상황에서 중도층을 향한 읍소전략으로 풀이됐다. '내로남불', 성 비위 의혹 등 당내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강경한 목소리가 득세한 관행에 맞서 당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의 여론은 갈렸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위원장의 의지에) 당 전체가 뜻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도 선거캠프를 통해 "당의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라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표적인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며 "새로운 약속보다 이미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다"라는 글을 올려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 상대적으로 강경 지지층의 목소리가 큰 당 홈페이지의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박지현 아웃", "박지현 꼴도 보기 싫다" 등의 글들이 줄을 이었다.
박 위원장의 기자회견은 지도부 내에 '엇박자'를 노출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회견 후 대선 당시의 '86(그룹) 용퇴론' 등 실질적인 반성의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를 묻자 "86 용퇴도 그렇고 젊은 민주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충분한 당내 논의를 거쳐 금주 내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과 당내 투톱 중 한 명인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쇄신안이) 당과 협의된 바 없다"라며 "(지도부와도) 논의된 적 없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이 앞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고 하자 "아직 논의한 적 없다"라며 "(오늘 회견은 박 위원장)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로 안다"고 잘라 말했다.
김민석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도 페이스북에 "일리 있는 말씀도 하셨지만, 틀린 자세와 방식으로 하셨다"라며 "'내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꾸겠다'는 사당적 관점과 표현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도부 다수는 박 위원장의 기자회견 일정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구체적인 회견 내용은 자세하게 공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주 내에 당 쇄신안을 발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를 발표하려면 지도부 차원의 의결이 있어야 하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대위 체제로 전환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얘기다. 특히 '86 용퇴론'의 경우 당내 86그룹의 향후 거취 등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단시간에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박 위원장이 구상 중인 혁신안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당내에서는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쇄신 행보를 뒷받침한 '정당혁신추진위원회'의 안이 기본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위는 당시 선출직 공직자 공천 시 특정 세대가 전체의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세대균형공천', '지방의회 의원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제한'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