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추문에 휩싸여 아랍에미리트(UAE)로 사실상 망명을 떠난 후안 카를로스 1세(84·사진) 전 스페인 국왕이 2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은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왕실에서 아들인 펠리페 6세 국왕을 비공개로 만났다고 로이터·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2020년 8월 UAE로 이주한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은 스페인 서북부 산센소에서 열리는 보트 경주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잠깐이나마 고향에 돌아왔다. 스페인을 떠나고 나서 아들은 물론 아내도 직접 만나지 못한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은 이번 만남에서 무엇을 기대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포옹"이라고 답했다.
펠리페 6세 국왕은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이 과거 탈세를 하고,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자 유산 상속을 포기하고 국가연금도 끊으면서 아버지와 거리를 둬왔다.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은 스페인이 독재 정치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국민의 존경을 받아왔으나 지난 10년 사이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1975년부터 약 40년간 왕좌를 지킨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은 금융 범죄 관련 의혹으로 스페인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으나 검찰은 지난 3월 그를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2014년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한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은 신용카드 부정 사용, 탈세, 뇌물 등의 의혹을 받아왔다. 여기에 사치스러웠던 생활방식, 의심스러운 재산의 출처, 과거 연인을 괴롭혔다는 주장 등으로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의 이미지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추했다. 그는 전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설명? 무엇을?"이라고 답하며 발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