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자체 종결하려던 고발 사건 28건이 고발인의 이의신청을 거쳐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묻힐 뻔했던 사건이 고발인 이의신청 제도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는 고발인 이의신청 조항이 삭제돼 법조계 등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법조계는 고발인 이의신청권 박탈을 담은 검수완박 법안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에 나섰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에 접수된 이의신청 2만 5048건 가운데 고발 사건은 1837건이었다. 고소 사건은 2만 1497건, 경찰 인지 수사 등 기타 사건은 1714건이었다.
이의신청된 2만 5048건 중 올해 4월까지 기소된 사건은 657건에 달했다. 무혐의 처리될 뻔했다가 검찰이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해 혐의를 밝혀낸 사건들이다. 이 중 대부분이 고소 사건(557건)이었지만 고발 사건도 28건이 포함됐다. 이의신청 가운데 고소·고발이 얼마나 되고 이 중 얼마나 기소됐는지 수치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도 검찰에는 1월부터 4월까지 1만1350건의 이의신청 사건들이 송치됐다. 이중 고발 사건은 1136건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 때 진행된 검찰 개혁에 따라 지난해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경찰은 1차 수사 종결권을 쥐게 됐다. 기존에는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반드시 검찰에 송치해야 했던 사건을 지난해부터는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자체 종결할 수 있게 됐다. 대신 피해자·고소인·고발인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의신청을 통해 검찰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생겼다.
하지만 이달 3일 이의신청 대상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이 시행되는 올 9월 10일부터 고발인의 이의신청이 불가능해지게 됐다. 연간 1800건이 넘는 고발 사건의 이의신청이 막히고 28건은 혐의가 있는데도 진실이 묻힐 수 있다는 얘기다. 한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는 “당사자가 관여하는 고소 사건 이의신청에 비해 고발 사건은 많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고발인 이의신청권 박탈로 피해자 법적 구제가 어려워지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고발인 이의신청권이 삭제된 검수완박 법안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날 보수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25일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한변은 성명서에서 “검수완박 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입법 과정도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을 무시했다”며 “경찰에 불송치 종결권을 주고 고발인의 이의신청을 금지한 것은 형사 피해자의 재판 절차 진술권과 불기소 처분을 받은 형사 피의자의 형사 보상 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조항에 반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과 시민 A 씨도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재는 요건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각하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