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36일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이르면 7월부터 한미 금리가 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나 외국인 자본 유출에 대응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를 연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이 총재는 콜금리목표제가 시행된 1999년 이후 취임하고 가장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린 총재가 된다.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데 물가 상방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율, 원자재 가격, 생산자 물가, 기대인플레이션,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이 모두 물가를 밀어 올리는 양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나 집값 등이 변곡점에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눌러 놓을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과의 금리 격차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도 금리 인상의 배경이다. 이달 미 연준의 빅스텝으로 한국(1.50%)과 미국(0.75~1.00%)의 금리 격차는 0.50~0.75%포인트로 좁혀졌다. 올 3~4월 외국인 투자 자금은 71억 7000만 달러 순유출되는 등 자금 이탈마저 확대되는 분위기다. 향후 경기 침체가 나타나면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만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