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고점 인식에다 고강도 대출 규제로 거래 절벽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나마 ‘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서울 및 수도권에서 거래된 아파트 10채 중 8채가 시가 6억 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일 정도다. 정부가 7월 예정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그대로 이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서울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활용해 5월 10~26일 수도권에서 체결된 아파트 매매계약 204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중 1546건(75.7%)의 거래 가격이 6억 원 이하였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이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인 경우는 280건(13.7%) △9억 원 초과~15억 원 이하 157건(7.7%) △15억 원 초과 59건(2.9%) 등 가격이 높을수록 거래 비중이 낮아졌다.
최근 수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수도권에서 6억 원 이하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는데도 유독 저가 아파트만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모습이다. 부동산R114가 수도권에서 시세 조사를 하는 아파트 345만 7387가구 가운데 시세가 6억 원 이하인 아파트는 이달 20일 기준으로 133만 5809가구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6%다.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 27.7% △9억 원 초과~15억 원 이하 21.5% △15억 원 초과 12.1% 순이다. 시세 6억 원 이하인 아파트의 비중은 40%대에도 못 미치지만 실거래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6억 원 이하 저가 아파트 비중이 7.6%에 불과한 서울의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 체결된 303건의 거래 중 117건(38.6%)이 저가 아파트였다. 전체 아파트의 51.0%가 시가 6억 원 이하인 경기에서의 저가 거래 비중은 80.6%에 달했고 인천에서도 저가 아파트 비중(71.8%) 대비 거래 비중(88.8%)이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는 DSR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가 꼽힌다. 현재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시가 15억 원 초과 주택의 경우 주담대가 아예 나오지 않는 등 규제지역에는 고강도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
여기에 지난해 7월부터 규제지역 내 6억 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DSR 40%가 적용되는 DSR 1단계 규제가 시행됐고 올해 1월부터는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합쳐 2억 원을 초과할 때 DSR 40% 규제를 받는 DSR 2단계가 시행됐다. DSR 1단계가 시행된 지난해 7월 수도권 아파트 거래에서 저가 아파트의 비중은 60.0%였지만 올해 1월 69.6%, 4월 74.2%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인해 저가 주택을 제외하고는 주택 구입 자금 마련이 사실상 힘들어지면서 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DSR 규제가 지속되는 한 지금의 거래 절벽 속 저가 아파트 비중 상승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