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인플레·부실 두 개의 전선, 정권 명운 걸고 전쟁 나서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또 올렸다. 기준금리 두 달 연속 인상은 14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또 올 성장률 예상치를 3.0%에서 2.7%로 낮춘 대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에서 4.5%로 대폭 높여 잡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실물 현장은 공포로 가득하다. 금리를 두세 차례 더 올리더라도 인플레이션 쓰나미와 부실 폭탄이 동시에 몰아칠 것이기 때문이다.

올 3월 말 현재 가계 대출은 1752조 원으로 9개월간의 금리 인상 증가분을 더하면 늘어나는 이자는 17조 원에 이른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씀)’에 나선 2030세대와 자영업자·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은 벌써 직격탄을 맞았다. 대출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자영업 가구의 연간 평균 이자는 433만 원에서 643만 원까지 치솟는다. 2019년 말부터 올 3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은 평균 9.8% 늘었는데 20대의 경우 27.9%나 급증했다.



조달 금리가 3%포인트 오르면 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일시적 한계 기업’은 지난해 34.1%에서 47.2%까지 올라간다. 연쇄 부도가 조만간 현실화할 수 있다. 자동차·조선·건설 업체 등은 원자재 값 폭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아우성이다. 금융권의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의 ‘닥터 둠(비관론자)’인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주식·부동산·가상자산이 모두 거품이므로 보지 못했던 폭락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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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쇼크는 통화 당국만의 노력으로 막을 수 없다. 대통령과 모든 부처가 ‘인플레이션·부실과의 전쟁’에 나서도 수습을 장담하기 힘들다. 버블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아래 재정·외환·금융을 포괄하는 정책 조합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물가 대책과 함께 중요한 것이 ‘돈 안 드는 경기 부양 방안’이다. 규제 혁파 등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행정 역량을 총동원하고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전방위 구조 개혁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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