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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부친, 형 제치고 허재명 1조원대 현금 부자 예약

일진머티리얼즈 매각가 보수적 평가로도 2조 5000억 달해

허 의장 지분 취득가 100억~200억 불과해 양도차익 막대

세금에 각종 부대 비용 빼더라도 1조 5000억 현찰 확보

업계 "허 의장 확보할 천문학적 현금이 매각 이유 중 하나"

허재명(오른쪽)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와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이 지난 2018년 1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일진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제공=일진그룹허재명(오른쪽)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와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이 지난 2018년 1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일진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제공=일진그룹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 생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020150)의 매각이 전격 추진되는 가운데 대주주인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이사회 의장이 1조원대 현금 부자 자리를 예약했다.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차남인 허 의장은 일진머티리얼즈가 2017년 이후 혁신 성장 기업으로 부각돼 주가가 올라 숨은 주식 부호로 꼽혔지만 회사 매각 후 약 1조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여 재계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26일 투자은행(IB) 및 세무업계에 따르면, 허재명 의장이 매각하기로 한 일진머티리얼즈 경영권 지분 53.3%의 지분 매각가는 최소 2조 5000억 ~3조 원이 거론되고 있다. 허 의장은 1990년대 말부터 이미 일진머티리얼즈의 대주주가 됐고, 지분 취득액은 크게 잡아도 200억원에 못미쳐 2조 5000억원에 회사를 팔더라도 사실상 매각액 전부가 양도차익이 될 것으로 추산 됐다. 투자업계에서는 일진머티리얼즈가 예상치 않게 매물로 나온 배경에 허 의장이 확보하게 될 천문학적 규모의 현찰도 한 몫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허 의장이 일진머티리얼즈 지분을 성공적으로 매각하게 되면 애초 지분을 취득한 가치를 뺀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게 되고 여기에 각종 매각 수수료 등 비용을 제한 후 그 몫을 갖게 된다.

세무업계는 허 의장의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취득액이 100억 ~200억원 정도일 것으로 분석했다. 허 의장은 1990년대 후반 부친인 허진규 회장으로부터 일진머티리얼즈의 전신인 일진소재산업의 지분을 물려 받아 대주주에 올랐다. 2000년 말 당시 허 의장은 일진다이아몬드 이사로 재직하면서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35.6%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2002년 그는 일진다이아몬드·일진전기·일진머티리얼즈 주식 등을 1060억 원 어치 보유해 국내 30대 젊은 부호 중 8위에 오르기도 했다.



허 의장은 2006년 추가로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600만주를 일진 계열사들로부터 48억 원에 매입해 지금과 비슷한 지분율인 51.8%까지 늘렸다. 당시 거래를 기준으로 본다면 일진머티리얼즈는 비상장사였지만 시가총액은 약 250억 원으로 추산된다. 최근 일진머티리얼즈 시총이 4조원 안팎을 기록하는 것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기업 인수합병과 관련된 한 세무 전문가는 “증여와 이전 거래 등을 기준으로 볼 때 허 의장의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취득액은 100억원 정도일 것” 이라며 “200억원에는 결코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B업계는 이번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에서 인수가를 보수적으로 잡아도 2조 50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고, 차입금 등을 고려하더라도 실제 거래가는 2조 3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허 의장이 대주주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율(25%)과 주민세(10%), 증권거래세(0.23%) 등을 고려할 때 내야할 세금은 약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적잖은 세금에 매각을 위해 고용한 법무법인·투자은행 등의 자문 수수료와 거래 비용 등을 빼더라도 허 의장은 1조 5000억 원 가량은 넉넉히 손에 쥐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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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의장은 이 같은 막대한 현금과 회사 경영 사이에서 오랫동안 고심을 거듭한 끝에 올 초 매각을 전격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의장이 지난해 3월 2006년부터 맡아 온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도 그의 고민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공장 조감도/사진제공=일진머티리얼즈일진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공장 조감도/사진제공=일진머티리얼즈


일진머리티얼즈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회사의 생산과 주요 매출 비중이 국내보다 해외가 많아지고, 유럽의 대형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경영과 투자 부담이 가중됐다”면서 “허 의장의 자녀가 어려 당장의 일은 아니지만 지분이나 사업을 후대에 물려주는 일도 쉽지 않다고 (허 의장이)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에선 2만 5000톤의 동박을 연간 생산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스페인·북미 공장에서 2024년까지 연 9만 톤의 생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관련 대기업을 고객사로 품고 있지만 매 계약마다 상대방이 요구하는 각기 다른 사양의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것도 적잖은 경영 리스크로 꼽혔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동박은 계약과 동시에 별도의 생산시설 투자가 필요한 사업” 이라며 “글로벌 기업들과 사업을 하면서 엄격한 환경 규제에 맞춘 제품을 개발·공급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일찌감치 창업주에서 2세인 허 의장으로 승계가 완료돼 매각이 수월한 측면도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1987년 창업한 덕산금속이 모태다. 현재 허 회장은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0.03%만 보유 중이다. 허 회장이 매각에 부정적이라는 일각의 관측도 제기됐지만 실질적인 매각 주도권은 허 의장이 쥐고 있는 셈이다.

허 의장은 또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으로 형인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의 경영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 일진그룹은 올 해 처음 자산이 5조원을 넘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공시 의무 등을 부과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난 1분기말 연결 기준 자산은 2조4000억원에 달해 회사 매각이 마무리되면 일진은 다시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벗어나게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허 의장이 일진머티리얼즈 매각 후 확보할 엄청난 현금을 바탕으로 투자 사업 등을 하면서 기업 경영과는 거리를 둘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에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들이 적극적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롯데케미칼(011170) 등을 앞세운 롯데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계열사로 둔 LG그룹이 인수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와 SK(034730)그룹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에 다크호스로 거론된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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