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실 적신호 켜지는데 버블 붕괴 방파제는 구멍


고강도 긴축 여파로 금융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빚을 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샀다가 주가 폭락으로 강제 매각된 ‘반대매매’는 올 들어 이달 26일까지 일평균 167억 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79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2년 전 10조 원 수준이던 신용거래 융자 잔액이 현재 21조 원 이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신용 융자 이자율이 10%에 육박해 주가가 더 떨어지면 ‘깡통 계좌’가 속출할 것이다. 상당수 ‘빚투족’은 암호화폐에도 물려 있다. 14만 원까지 올랐다가 1원까지 떨어진 루나 사태에서 보듯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외줄 타기 곡예’의 투자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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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도 부실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있다. 기준금리가 연내 2.5%까지 오를 경우 늘어나는 대출이자는 금리 인상 전인 지난해 8월과 비교해 27조 원, 1인당 13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도가 낮은 계층의 대출금리가 연말쯤 10%를 넘으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집을 산 2030세대는 집단 부실에 몰릴 수 있다. 대규모 신용 불량자가 생긴 2002년 카드 대란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부실의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데도 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한가롭다. 부실 방파제를 만들어야 할 금융위원장 인선은 여전히 ‘유력’ 상태에 머물러 있고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밝힌 지 보름이 넘었다. 정부는 금융 시스템이 환란 수준으로 교란될 수 있다고 보고 안전판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퍼펙트스톰’이 몰려오고 있으므로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부실 처리를 위해 만든 기업구조조정위원회나 유암코와 같은 별도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부실이 금융회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일이다. 금융회사들의 과도한 대출 경쟁을 차단하고 대손충당금을 가능한 한 최대로 쌓도록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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