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나서경(가명) 씨는 새해를 맞아 회사 근처 필라테스 학원에 등록했다. 학원비 18만 원을 3개월 할부로 결제한 지 불과 2주 만에 갑자기 학원이 문을 닫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서경 씨는 신용카드사에 잔여할부금에 대한 할부항변권을 주장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간(2020~2021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비은행 분쟁민원(1780건) 중 신용카드사 관련 민원이 가장 큰 비중(797건·44.8%)을 차지했다. 특히 신용카드 할부항변권을 주장하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으나 할부항변권 행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은 “할부거래업자가 재화·용역을 제공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잔여할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인 할부항변권에도 행사의 한계가 있다”며 “상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거래나 할부금을 이미 완납한 거래 등은 할부항변권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서경 씨처럼 분할납부 금액이 20만 원 미만이거나 분할납부(할부)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할부항변권 행사의 한계를 악용한 사기수법까지 등장했다. 재화·용역거래를 가장해 신용카드 할부결제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사기로 사기범은 대금(투자금)을 할부결제하면 유사시 할부항변권을 행사해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고 피해자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실제로는 영리(상행위) 목적 거래이기 때문에 할부항변권 행사는 제한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행위를 위한 거래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소비만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아닌 영리를 목적(예 : 수익금 배당 등)으로 한 거래도 포함될 수 있다”며 “카드회원인 소비자와 제3자(사기범) 간에 약속한 이면계약(수당·수수료 지급 등)에 대한 책임은 계약자 본인에게 귀속됨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따라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해외여행 시 신용카드사가 제공하는 가상카드 발급서비스 등의 해외결제 방지서비스를 활용해 부정사용을 사전 예방하라고도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가맹점에서 해당국가의 현지통화가 아닌 원화로 결제하면 원화결제서비스 이용수수료(결제금액의 약 3~8%)가 발생해 더 많은 금액이 청구될 수 있으니 해외결제 시에는 미화 또는 현지통화로 결제해야 한다”면서 “카드사를 통해 해외원화결제(DCC) 차단서비스에 가입해두면 불필요한 수수료 발생을 예방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