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 논단] 바이든 비즈니스 외교의 속내

손병권 중앙대 정치학과 교수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한 가운데 한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한국은 북핵위협 속에서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과 필요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확인할 수 있었고,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작업에 참여해 협력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을 민주주의와 규범에 입각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발전시켜 이러한 가치를 위반하는 국가들의 행위에 공동으로 대응할 것도 확인했다.



그런데 이번 방한 이면에는 미국 국내정치의 어려움에 접한 바이든 대통령의 타개책 모색 노력도 엿보여 흥미롭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라고는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상원 여야동수로 인해 입법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기업의 미국 내 투자유치를 통해 미국 유권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얻어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방한일정은 미국 경제회복의 시급한 과제인 반도체 확보와 관련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방문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는 날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별도의 회동을 마련해 추가적인 미국 내 투자를 확보했다. 삼성 반도체공장 시찰 도중 바이든 대통령이 ‘피터’라는 미국인에게 ‘투표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불쑥 한마디 던진 것은 올해 11월 의회 중간선거의 향배에 대한 염려가 바이든 대통령의 뇌리에 꽂혀 있음을 보여준 에피소드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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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취임 초반 바이든 대통령은 대공황을 타개한 루스벨트 대통령을 모델로 삼아 코로나 사태로 피폐해진 미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후변화대책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담은 역대급 규모의 지출법안을 통과시키려 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진보·보수 세력 간의 합의 실패와 공화당의 집요한 반대에 직면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에 접어들면서부터 녹록지 않은 정치현실과 11월에 있을 중간선거를 의식해 진보적 내용의 대규모 지출입법 추진을 포기하고 중도층 유권자에게도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정책 모색으로 진로를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의 득표율 제고를 위해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의 성과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의 방한행보는 이를 위한 한국기업의 미국 내 투자유치 등 비즈니스 외교적 측면도 강하게 부각됐다.

윤석열 정부는 금년의 미국의회 중간선거,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연달아 관찰하면서 2027년 봄까지 집권하게 된다. 현재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이 될 확률이 매우 높고, 2025년에는 공화당 대통령이 백악관의 주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윤석열 정부는 바이든 방한 중 도달한 양국의 합의 내용 중 만약 2025년에 공화당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변화될 내용이 있을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지도 천천히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손익계산의 관점에서만 한미동맹을 보고 이를 마구 뒤흔들었고,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등의 다자기구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바도 있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6일 대선 불복 폭도들에 의한 의사당 점령사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깊이 뿌리내린 대선 부정선거론, 연방대법원의 낙태 관련 판결문 초안의 언론 누출 등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연출되는 등 미국의 민주주의는 트럼프 퇴임 이후에도 여전히 불안하다. 불안한 미국 국내정치의 동력에 의해 한미관계가 요동칠 수 있는 경우에 대비하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예외적인 상황이었다 해도 트럼프를 경험한 우리에게 그저 기우일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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