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쇼크 등으로 국내 물가가 폭등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임금과 재정이 부채질을 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매출 상위 30대 기업의 1분기 인건비가 지난해 동기 대비 26.4% 급증했다. 대기업 노조들은 물가 상승을 이유로 더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물가 상승-임금 인상-물가 추가 상승의 악순환으로 접어든 것이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취지로 편성한 62조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도 30일부터 집행되면서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방교부금 등을 뺀 실질 지출액만 39조 원에 이른다. 물가 상승 국면에서 수십조 원의 돈이 풀리면 물가 급등은 더 가팔라지고 이로 인한 금리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30일 돼지고기와 밀가루·대두유 등의 할당 관세 인하, 부동산 보유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한 물가 대책을 내놓았다. 수입 돼지고기의 경우 현재 22.5~25.0%인 관세율을 0%로 낮춘다. 대두유·해바라기씨유 등의 관세율도 현재 5%에서 0%로 인하한다. 커피·코코아 원두 수입 때 붙는 부가세도 2023년까지 한시 면제하기로 했다. 1세대 1주택자들의 부동산 보유세는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한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엄청난 규모의 돈을 왕창 풀면서 세금 찔끔 인하로 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도 이날 발표한 조치들로 소비자물가 인하 효과는 0.1%포인트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 건전성도 비상이다. 2차 추경의 핵심 재원인 53조 3000억 원 규모의 초과 세수도 의문이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 예상보다 세금이 적게 걷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물가는 결국 유동성의 문제이므로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이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셈이다. 망국의 길을 피하려면 나랏돈을 매표 도구로 쓰는 행태를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